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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신병호-다보 K리그 ‘성공시대’

입력 | 2002-08-01 18:26:00

전남 신병호


‘한국 무대가 딱이야’

부천 SK의 말리 용병 다보(21)와 전남 드래곤즈의 ‘떠돌이 스트라이커’ 신병호(25). 요즘 프로축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들이다. 다보는 지난달 31일 부산 아이콘스와의 홈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6골로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터키 프로리그 출신인 다보는 마침 터키로 떠나는 팀 동료 이을용의 고별전에서 멋진 환송식을 펼쳤다. 같은 날 신병호는 4경기 연속골로 팀을 선두로 끌어 올렸다.

‘가능성’을 믿고 섣불리 큰 물에 뛰어들었던 신병호는 오랜 방랑을 거친 뒤 한국에 돌아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병호는 건국대 시절 이동국, 설기현 등과 함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조명받았던 올림픽대표 출신. 당시만해도 한국 무대는 좁아보였다.

부천 다보99년 국내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일본 J리그행을 택했던 것이 방황의 시작이었다. 부상과 계약 결렬 등으로 J리그에서 화려하게 꽃피우려던 꿈은 무산됐다. 이후 네널란드 PSV아인트호벤, 중국 충칭을 거쳐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연습생으로 뛰었다. 이나마 계약이 되지 않아 브라질 3부리그 레미오, 일본 J2리그 미토 홀리콕 등 다시 해외를 전전했다. 지난해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결국 한국 프로축구로 돌아온 뒤 월드컵 기간 동안 전남으로 다시 옮겼다. 돌아온 한국 축구는 그에게 새로운 의욕을 불러 일으킨 무대였다. 역시 맞는 물이 따로 있었다. 해외 프로에서의 쓰디쓴 경험은 한국 프로에서 달콤한 열매로 다가왔다.

한국 프로의 ‘물’이 몸에 맞기는 다보도 마찬가지. 신병호가 한국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면, 다보는 한국에서 가능성과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말리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던 다보는 지난해 6월 부푼 가슴으로 터키 슈퍼리그(1부리그) 겐슈라빌리지로 진출했다. 첫 해 터키에서 6골을 잡아 가능성을 인정받고는 올해 3월 곧바로 K리그로 발길을 옮겼다. 당장 유럽에서 벤치를 지키느니 한국을 발판삼아 확실하게 몸값을 키우겠다는 판단.

이적료 20만달러(약 2억4000원)에 연봉 15만달러. 입단 당시만해도 부천 코칭스테프는 “경험이 부족해 한국 축구에의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으나, 요즘의 활약을 보면 ‘적응’을 한 정도가 아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성격이 온유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는 것이 부천 관계자의 설명. 술과 돼지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로 음악 감상이 취미다. 영어와 불어, 말리어와 터키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다보는 요즘 틈틈이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