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에 소개한 ‘성공한 왕 실패한 왕’은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이 갔습니다. 첫째는 저자도 밝혔듯이 ‘21세기식 CEO 마인드’라는 게 서양식 경영 마인드가 아니라 오래 전 동양의 제왕학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경우 조선왕조 찬란한 500년 역사 속에서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검증됐기도 했구요.
두번째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성공한 리더와 실패한 리더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어쩌면 이리도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었습니다.
세종 대왕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대개 정치를 잘 하려면 반드시 전 시대 치란(治亂)의 자취를 살펴 보아야 한다. 그 자취를 살펴 보려면 오로지 역사의 기록을 상고하여야 한다.’
우리의 현대사를 이끌었던 대통령들, 그리고 그 주변에 기생했던 이 땅의 지식인들이 적어도 이 가르침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자신과 역사의 불행이 어디에서 싹트고 어떻게 다가오는 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으리라는게 저자의 말입니다.
자신들의 치적을 교과서에까지 올리면서 찬양했던 절대 권력이 참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우리는 또 다시 비슷한 현상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고 비애와 참담함을 느낍니다.
역사를 흥망성쇠의 코드로 읽는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을 빌린다면, 성공한 리더나 실패한 리더나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인간에게 남은 몫은 ‘속도와 진폭의 조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한시적이어서 ‘조절’에 성공한 리더들을 만났을 때와, 그렇지 못한 리더들을 만났을 때의 삶이 완연히 달라집니다. 우리가 훌륭한 리더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히딩크 리더십 열풍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시점을 살려 급하게 편집된 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으나, 역사에 밝은 저자가 왕조실록 어록 저서 등에 나타난 옛 리더의 통치철학을 빌려 훈수하는 대목만큼은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도 꼭 한 번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거기엔 ‘처족을 경계하라’ ‘과욕은 화를 부른다’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2면과 3면에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관련 책들을 모아서 특집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눈에 띄는 신간이 쏟아져 나왔던 한 주였는데, 지면사정상 다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로 미루겠습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