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교생이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들의 음란물 시청을 막기 위해 인터넷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경기 평택의 청담정보통신고 3학년생인 김동현(金東賢·18·사진)군. 김군은 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22일부터 공공도서관과 사회복지관 등 청소년들의 이용이 많은 공공기관에 무료로 인터넷 유해물 차단 프로그램 CD를 보내는 일을 해오고 있다.
김군이 이런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또래의 청소년들이 공공도서관 등에서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보는 데 따른 폐해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
김군은 이를 위해 인터넷 서핑을 통해 6시간 동안 전국 170여개 공공도서관과 70여개 사회복지관 등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e메일과 팩스로 유해물 차단 CD를 보내고 싶다고 알렸다.
그러나 김군의 요청에 관심을 보인 공공도서관과 사회복지관은 20여곳에 지나지 않았다. 100개의 CD를 준비하고 기다리던 김군은 처음에는 실망했으나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초등학교와 장애인협회 한국전력 등 일부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CD를 받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고무된 김군은 CD 200개를 더 준비해 놓고 있다.
김군은 “청소년들의 이용이 많은 공공기관에 CD를 보내고 싶었는데 별로 연락이 없어 섭섭했다”며 “그러나 청소년들이 집에서 음란물 사이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들의 CD 요청도 적극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음란사이트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음란사이트 우리 손으로 없애자(www.netstune.com)’라는 사이트도 운영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김군은 어른들에게 “자녀들이 컴퓨터를 통해 음란 사이트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얼마나 끔찍하느냐”며 “이런 폐해를 막는 데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