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시절 (전)경준이에게는 후반에 잠깐 뛰어도 경기 수당을 다 지급했어요. 하긴 교체돼 들어가기만 하면 뭔가 일을 냈으니까 전후반을 다 뛴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한거죠.”
전북 현대 조윤환 감독은 미드필더 전경준(29)이 마냥 예뻐보이는 모양이다. 대부분 감독들에겐 자기 선수들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띄기 마련. 그러나 조감독은 전경준을 평가할 때 단점을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늘 칭찬이다.
조윤환 감독은 “오른쪽 미드필더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선수” 또는 “킥이 좋아 혼자 떨어뜨려 놓으면 곧바로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문전 센터링을 올리는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부천 시절 단점으로 지적됐던 체력 문제에 관해서도 “요즘은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이다. 실제로 전경준은 전북으로 옮긴 올 시즌 대부분 경기에서 전후반을 모두 소화해내며 ‘중용’되고 있다. 4일 부천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는 등 고비마다 골까지 터뜨려 전북 전력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전경준은 부천 SK를 그만두고 지난해 10월 전북으로 부임한 조윤환 감독을 따라 올 시즌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93년 포항에 입단한 프로 10년차. 하지만 전경준의 이름이 팬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당시 박성화 포항 감독 등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 99년까지 벤치를 지키는 일이 더 많았던 것. 조윤환 감독의 ‘발탁’으로 99년 시즌 중 부천으로 옮겼던 전경준은 이후 전북까지 조감독을 따라왔고, 올 시즌 ‘이적생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부천의 미드필더 최문식(31)도 전경준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만개한 이적생 중 한명. 최문식은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표와 ‘체력이 약한 선수’라는 불명예의 꼬리표를 함께 달고 다녔다. 89년 포항에 입단, 미드필드의 터주대감으로 활약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문제가 됐다. ‘퇴출 아닌 퇴출’ 대상이 돼 전남 드래곤즈와 수원 삼성, 일본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 등을 전전하다 부천에 정착한 올 시즌 체력보다는 ‘노련미’를 앞세워 다시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4일 전북과의 경기에서 터뜨린 골로 그의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터키로 이적한 이을용의 몫까지 해야하는 만큼 책임이 무거워졌다.
울산 현대의 골키퍼 서동명(28)도 방랑 생활을 겪은 뒤 제자리를 찾았다. 1m96의 국내 최장신 골키퍼로 96년 울산에 입단, 98년에는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된 유망주였다. 그러나 수비에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상무를 제대한 2000년 전북으로 트레이드됐다. 전북에서 재기하는 듯 했으나 2001년 어깨 부상으로 뛰지 못했고, 올해는 이용발에 밀려 다시 울산으로 복귀했다. 절치부심 끝에 올 시즌 분발한 서동명은 8경기를 7실점으로 막는 활약을 펼쳤다. 10개구단 골키퍼 중 경기당 최소 실점(0.88)으로 울산 골문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