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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KBO의 ‘외도’

입력 | 2002-08-05 18:00:00


신문에 쓰는 칼럼이란 게 참 묘한 것이다. 칼럼이라면 모름지기 필자의 올곧은 의견이 들어가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어디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나.

지난달 기자가 2주에 걸쳐 썼다가 따가운 질책(?)을 받은 프로야구와 축구의 관중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기자는 첫 회분에서 주제 넘지만 한일월드컵축구때 드러난 편파판정과 광화문 거리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벌어졌다는 열띤 토론의 주역은 다름 아닌 기자였다.

하지만 월드컵 4강 신화의 거센 열기는 줏대없는 기자로 하여금 오히려 KBO를 비롯한 프로야구단의 관중유치 노력 부족 쪽으로 화살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가뜩이나 관중이 뚝 떨어져 초상집이었던 KBO로선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었다.

결국 기자는 다음 칼럼에선 야구와 축구의 판이하게 다른 관중 계산법을 지적해 비록 지금은 파리를 날리고 있지만 그동안 프로야구를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성장시킨 KBO에 격려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 또한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전혀 관중을 회복하지 못한 야구장의 실태에 충격을 받은 때문이었을까. KBO는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때는 정원 외에 3000장에 이르는 초대권을 발행했고 삼성을 비롯한 일부 구단은 팬 무료입장의 날을 정하는 ‘외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바로 프로축구가 종전에 해왔던 관중 부풀리기와 다름없는 행태. 물론 공짜 관중이라도 야구장에 오면 팬 저변확대에 도움은 되겠지만 정말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몇천원을 내고 안내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는 진정한 야구팬의 입장에선 기분이 상하는 일임은 물론 프로야구로서도 21년간 지켜온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아닐까.

결국 이번에도 관중 얘기를 한 것을 보니 이래 저래 올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관중임에 틀림없는 모양이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