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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병역 공방’ 뒷감당할 수 있나

입력 | 2002-08-05 18:27:00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장남의 병역면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방이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이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조직적인 정치공작’이라며 ‘대통령 탄핵과 정권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집단적 발악과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민주당은 이 후보 부인의 개입 의혹까지 거론하며 연일 한나라당을 공격한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 후보 장남의 병역 문제를 새로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의 뒤에 민주당 실세의원이 있으며 그가 김씨에게 거액을 주고 ‘공작극’을 사주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당 모두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주장일 뿐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나 뚜렷한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말 공방’을 일삼아서야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 후보 장남의 병역 문제 논란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97년 7월에 불거져 그 해 말 대통령선거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그 문제가 5년이 지나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재발됐다. ‘대선용’이란 정치적 해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정치적 해석이야 어떻든 문제가 다시 제기된 이상 진실 규명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은 어제 김대업씨를 소환하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 특수1부와 김씨가 과거 병무비리 수사과정에서 맺은 ‘부적절한 관계’ 등을 들어 수사팀을 불신한다. 불신을 씻는 길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엄정한 중립을 지키면서 오직 실체적 진실만을 밝혀내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만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단 과열된 ‘막말 공방’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 벌써부터 이렇게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하니 연말 대선정국이 얼마나 혼탁할지 우려된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여부를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