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농업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져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들이 점점 불리한 자리로 몰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에서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이 관세를 크게 낮추고 관세 상한선을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상한을 25%로 정하자고 제안했으며, 이 제안이 부분적으로라도 받아들여지면 한국 농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한국의 농산품 관세는 우루과이라운드(UR) 이행 최종연도인 2004년 기준으로 고구마의 일종인 매니옥이 887%, 참깨가 630%에 이르는 등 125개 품목이 100% 이상이다.
6일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린 DDA 농업분야 세부원칙 협상에서 호주 브라질 등 ‘케언스그룹’과 미국 등은 ‘스위스 공식’에 따라 관세를 대폭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UR방식에 따라 관세를 완만하게 낮추자고 맞섰다. UR방식은 품목별로 최저 15%, 평균 36%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덜 중요한 품목의 관세를 많이 내리고 중요한 품목은 덜 내릴 수 있다.
관세감축 방식에 대해서는 두 그룹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나 △관세체계 일원화 △ 시장접근물량(TRQ) 증량과 관리 △특별긴급관세(SSG) 폐지 △‘수입국영무역’ 규제 등 다른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서는 한국이 소수그룹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고추 양파 천연꿀 등의 수입관세와 관련해 종가세(從價稅)세와 종량세(從量稅)를 때에 따라 선택해서 운용하고 있으나 압도적인 다수 국가가 종가세로 단일화하자고 주장했다. 종량세를 폐지하면 값싼 외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어진다.
또 케언스그룹 등 다수 회원국은 TRQ물량을 크게 늘리고 TRQ물량을 생산자단체가 관리하는 것을 금지하자고 요구했다.
이 밖에 다수 회원국들이 현재 한국이 대두 땅콩 녹두 팥 메밀 등에 적용하고 있는 SSG와 쌀 고추 마늘 양파 팥 등의 수입국영무역제도를 폐지 또는 규제하자고 요청했다.
한편 WTO회원국들은 내년 3월까지 농산물 분야 세부원칙 협상을 마치고 2003년 하반기에 이행계획서를 제출, 2004년 말까지 농업협상을 마칠 계획이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스위스 공식=고(高)관세 품목을 저(低)관세 품목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감축하고 관세상한을 정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