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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조 매닉스/´월드컵 한마음´ 묻혀요

입력 | 2002-08-06 18:29:00


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16개월이 되어 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생활에 차츰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깊은 정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조차 힘들고 어려웠으나, 이제는 잘 정돈된 표지판은 물론이며, 외국인과의 만남을 쑥스러워 하면서도 항상 친절하게 안내 해주는 운전사들과 티켓 창구 직원들의 도움으로 별 걱정이 없다.

한국 음식의 경우도 그렇다. 처음엔 생소하기만 했던 한국 음식을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서 먹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많은 식당들이 영어 메뉴를 구비하고 있어 음식을 선택하는데 훨씬 수월한 것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떤 음식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면 선뜻 도전해보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할 때도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 요즘 필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식재료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경우처럼 구성 성분과 열량을 포장에 표시해 준다면 쇼핑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한국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수많은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여기저기에 가득한 쓰레기더미에 묻혀 그 아름다움이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는 때가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외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스스로 자각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 전 월드컵을 치르면서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되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붉은 악마’들은 그 열정만으로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필자는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경기 후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는 아름다운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그때의 그 마음, 그 자세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한국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충분히 발돋움할 수 있음은 물론, 나아가 아시아 중심으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점은 긍정적으로 새 문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4000만 한국인들 개개인 또한 이런저런 할 말이 없겠는가. 굳이 여기서 찾을 수 없는 것들을 손에 넣으려 애쓰고 불평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 노력한다면 보다 즐거운 생활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조 매닉스는 누구…▽

54세. 1970년 미국 오하이오주 싱클레어 커뮤니티대학에서 항공행정학을 전공한 뒤 74년 뉴욕 세인트존스대에서 MBA를 마쳤다. 75년 유나이트 에어라인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근무해왔고 지난해 4월 한국 지점장으로 부임해 일해 오고 있다.

조 매닉스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한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