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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진상규명위 첫 '규명불능' 결정

입력 | 2002-08-06 18:29:00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6일 1991년 실종된 뒤 숨진 창원대생 탁은주씨(당시 19세·여) 의문사와 관련해 조사 사건 중 처음으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진상규명 불능은 의문사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했는지, 공권력이 개입됐는지가 밝혀지지 못한 경우에 내려지는 결정이다.

진상규명위는 결정문을 통해 “자살로 처리한 1992년 수사결과는 부검절차가 없어 인정하기 힘들고, 시신 외부에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 판단할 손상도 없었다”며 “탁씨가 자살했는지, 위법한 공권력의 개입으로 사망했는지를 특정할 수 없어 진상규명 불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정에 참여한 위원 9명 중 4명은 “탁씨의 실종과 사망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나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주변 인물 등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망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반대의견을 냈다.

진상규명위가 이번 사안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린 것은 재조사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다시 조사할 수 없지만 불능 판정의 경우엔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되면 다시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탁씨는 창원대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1년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행사에 참가한 뒤 실종,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익사체로 발견돼 부산의 무연고 묘역에 묻혔다가 지난해 유전자 감식을 통해 10년 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