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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층 침대버스 유럽 배낭여행기

입력 | 2002-08-07 17:47:00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요흐 산악열차 여행도중에 들르는 클라이네샤이덱역에서 천세리씨.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누구나 꿈꿔보는 유럽 배낭여행. 그러나 엄두가 나질 않는다. 유스호스텔의 방잡기, 열차에서 새우잠 자기, 바케트 빵 한 개로 두 끼 때우기, 무거운 배낭매고 거리 헤메기, 안되는 영어로 길묻기, 가이드북 들고 기웃거리기…. 떠나는 순간부터 고생길이라는 생각에 지레 겁먹고 그만두기 일쑤다. 그런 사람을 위해 개발한 ‘2층침대 버스배낭’. 침대와 주방시설을 갖춘 2층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 다음은 2층침대버스로 9박10일 일정의 배낭여행을 다녀온 동아닷컴 ‘박수철의 스키세상’ 운영자 천세리씨(코리아스포츠메디슨센터 홍보실장)의 체험기.》

드디어 ‘그 버스’에 올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다. 알고는 있었지만 궁금함이 가시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버스길래 잠도 자고 밥도 해먹어?. 의심반 불안반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실제 보고 나니 의심과 불안이 가셨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한데. 흥미와 기대로 기운도 났다.

버스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1층은 주방과 좌석, 2층은 침실. 싱크대 옆에 식탁과 의자가다. 2층 침실에는 침대가 15개나 있다. 버스는 버스회사 대표가 직접 개조한 것. 어찌나 솜씨가 좋던지 모두들 감탄했다. “독일사람 아니면 못 만들꺼야.”라고. 침대는 보기와 달랐다.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행은 이렇게 불렀다. ‘요술침대’라고.

일행은 매일 밤 캠프장에서 야영을 했다. 물론 버스안 침대에서다. 샤워는 캠프장마다 갖춰져 있다. 거의 대부분 유료(500원정도). 5분간 더운 물이 나오는데 가끔 냉수벼락을 맞거나 번개샤워를 해야 했다. 퓌센 캠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 건물인데다 온수가 공짜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그러나 버스 배낭여행자에게 호의호식은 사치다. 아침 및 저녁식사는 내내 간편식(즉석국 카레 자장 등)이다. 밥짓기는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 몫. 쌀과 간편식은 서울의 여행사에서 제공한 것들이다. 밑반찬을 분담하면 식사가 훨씬 더 즐거웠을 텐데. 점심은 자유식이다. 이동중이나 투어중에 각자가 해결한다.

7박8일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첫 방문지는 하이델베르크. 목적지에 도착하면 가이드가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알려준다. 삼삼오오 흩어져 관심있는 곳을 둘러보는 식. 한국 보다 북쪽의 유럽은 요즘 밤 10시까지 투어가 가능할 만큼 해넘이가 늦다. 오후 7시에 도착했지만 하이델베르크성도 보고 ‘레드옥센’이라는 유명한 주점에서 독일맥주도 마셨다. 첫 방문지에서는 가슴 설레임 탓에 기념사진을 와장창 많이 찍게 된다. 훗날 꼭 후회하니 조심하시길.

셋째날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하얗게 만년설을 이고 있는 스위스 알프스의 아이거 묀흐 융프라우 세 봉우리를 보면서 그 아래 베르너오버란트(고원) 초원의 그림같은 마을을 여행했다. 융프라우요흐 산악철도로 오른 융프라우와 묀흐봉 사이의 ‘톱오브유럽’ 기차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었다. 전망대에서 거대한 알레취빙하도 보았고 만년설 덮인 눈밭도 걸었다. 그날은 날씨덕을 톡톡히 보았다. 여행사에서 나눠준 열차할인권은 참 유용했다. 철도요금도 깍아주고 전망대에서 컵라면(국산)도 주었다. 그 맛, 기막혔다.

차안에서 숙식이 가능하도록 침대와 주방시설을 설치한 독일의 2층 침대버스.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이후 일정은 이렇다. 스위스의 이탈리아권의 호반도시 루체른, 바그너를 흠모하던 독일의 건축광 루드비히2세(왕)가 설계한 노이슈반슈타인성(백조의 성), 모차르트 생가가 있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 잘츠부르크, 매년 9월 옥토버페스트(맥주축제)가 열리는 독일맥주의 고향 뮌헨, 로만틱가도(로마시대에 건설된 빌츠부르크와 퓌센을 잇는 길이 350㎞의 길)의 고성타운 로텐부르크,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등등…. 2층버스 배낭여행, 약간 고생은 되어도 즐겁기만 했다. 초보 배낭여행자에게는 자신감을 키워주어 좋다. 아쉬움이라면 버스로 이동하다 보니 투어시간 보다 이동시간이 더 많다는 것. 라인폴을 거쳐 라우터브룬넨계곡(캠프장)에 가는 둘쨋날은 버스만 10시간을 탔다. 그러나 ‘편리 신속 저렴’의 장점에 가려 이런 단점도 ‘옥에 티’로 전락한다. 이번 여행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는 ‘진짜 배낭여행’에 도전해볼 참이다.

▼2층 침대버스 배낭여행▼

키세스투어(www.kises.co.kr)의 ‘코치타고 기차타고’ 패키지를 이용해 즐길 수 있다. 9박형(상품명 ‘화이트펄’)은 버스만 이용하는 일정(버스 6박, 민박 1박, 도쿄스톱오버 2박). 버스투어를 마친 후 다시 기차 배낭여행을 떠나는 ‘코치+기차’형 단체배낭 패키지(15박, 21박, 29박)도 있다. 문의 02-733-9494

천세리 코리아 스포츠메디슨센터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