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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한나라 조사단 ‘김대업씨 과거행적’ 공개

입력 | 2002-08-07 19:09:00

한나라당 '김대업정치공작진상조사단' 단장인 이재오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등이 7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발표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의정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의 검찰수사 참여 및 과거 행적을 둘러싸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내 말은 사실”이라고 했고, 김씨와의 관계를 의심받고 있는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김씨와는 올 6월 처음 만나 점심 한끼 먹은 사이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잦은 검찰청 소환〓한나라당 진상조사단(단장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7일 서울지검 특수1부가 지난해 병무비리 수사 때 구속중인 김씨를 ‘특별대우’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씨가 올 3월31일 출소할 때까지 360일 동안 면회를 109차례 했고, 법원 및 검찰청에 149회 불려나간 것으로 서울 구치소에서 확인했다”며 “재판 출석은 통상 10여차례에 그치기 때문에 8개월 간의 병무비리 수사 기간 중 일요일을 빼면 거의 매일 검찰청에 나가 수사에 참여했다는 얘기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 병무비리 전문가인 김씨가 필요했다”며 “수감상태였던 김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교도관이 지켜보기 때문에 수사관 행세는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전과 삭제 논란〓이 의원은 “천 의원이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98년 10월 당시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과 협의해 병역비리를 면책해 주는 조건으로 김씨를 병역비리 전담수사팀에 합류시켰다”고 주장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김씨가 87년 대구 국군통합병원에 근무할 때 48건의 불법병역면제에 개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불명예 제대했지만, 김씨의 전과기록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며 “천 의원이 김씨의 전과기록을 삭제해 줬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조사단은 또 김씨의 전 주거지인 대구의 주변인물들을 만나본 결과 김씨의 옛 상관 K씨로부터 “김씨가 불쑥 나타나 ‘서울에서 택시사업을 한다. 모 장관과 일을 같이 한다’고 자랑하곤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김씨의 혐의 중 일부를 탕감해 줬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수사팀에서 수사상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면 받아들였을 수는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수시로 녹음한다〓한나라당 조사단은 K씨가 “김씨가 습관적으로 녹음기를 갖고 다니면서 상대 약점을 녹음한 뒤 녹취록 가필(加筆)을 통해 장난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녹음테이프를 여러 개 갖고 있지만, ‘알맹이’가 있는 테이프는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씨는 테이프 공개를 미루고 있다.

▽재산정리 논란〓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정한 직업도 없는 김씨가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2000년 이후 재산이 늘어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국으로 떠났던 김씨의 부인이 최근 귀국해 식당을 팔려고 하고 있고, 대구 시내 아파트를 7000만원에 전세 줬다”며 “두 남매를 해외로 출국시킨 데 이어 부인이 전 재산을 정리하는 것은 해외도피를 위한 사전준비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한나라 “金씨 조사관시킨 朴부장 교체를”▼

한나라당이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와 한나라당의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1부 박영관(朴榮琯) 부장검사의 교체를 요구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박 부장검사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이던 김씨를 사복을 입혀 수사관처럼 가장해 병역비리 조사관 노릇을 시켰다는 것. 이는 공무원 자격 사칭을 교사하고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둘째, 박 부장검사가 5월 정연씨가 근화제약 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민주당이 ‘음해’했음에도 이를 ‘내사 중’이라고 언론에 밝힌 장본인으로 이후 근화제약 주가조작설은 조작극임이 밝혀졌다는 것.

셋째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이 후보에 대한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싣기 시작한 5월에 박 부장검사가 기다렸다는 듯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박 부장검사가 기자들에게 “비슷한 정보를 들었다. 병역문제 자체는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기록 변조 및 파기는 시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의문이 제기되면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미리 불공정 수사를 작심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에 덧붙여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동향인 박 부장검사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당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박 부장검사의 출신지역까지 겨냥했다.

수사팀 교체 요구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7일 “현재로서는 특정 검사가 수사에 참여한다고 해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는 검사장부터 일선 수사검사까지 ‘한 몸’이 돼서 하는 것이지 특정인이 혼자 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정인에 의해 수사가 왜곡됐거나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김씨를 수사관으로 참여시켰다는 주장 역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씨에게 조사를 받았다는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의 주장도 아직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

박 부장검사의 출신지역까지 거론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사건 주임검사인 김경수(金敬洙) 부부장 검사가 경남 진주 출신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한나라-민주 증언자 흠집내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7일 자기 당에 불리한 증언을 한 사람들을 흠집내며 공격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의 주장을 반박한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을 공격했다. 김 전 청장 발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김 전 청장이 한나라당 당원이란 얘기가 있고, 한때 공천도 신청했다더라”며 한나라당과의 유착설을 제기했다. 대변인실도 자료를 내고 “김 전 청장은 인사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자민련과 한나라당을 오가며 줄대기를 거듭한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 전 청장의 증언으로 김대업씨 주장의 허구성과 검찰 수사의 문제점 등이 드러났다”고 반기면서 김대업씨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김정숙(金貞淑)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씨는 패륜아적 전과자다. 돈을 뜯어내기 위해 기록을 만드는 사기꾼의 전형이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민주당은 지금 ‘거짓말 제조기’의 상습적인 거짓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당에 유리한 증언자는 의인(義人), 불리한 증언자는 파렴치범으로 모는 양당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