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고교생으로 구성된 수중 발레팀을 통해 시원한 웃음을 제공하는 코미디 ‘워터 보이즈’.(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워터 보이즈’는 남고생 수중 발레팀을 소재로 한 밝고 경쾌한 코미디.
극중에서는 수중발레로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여성들이 ‘빨래집게’ 같은 것으로 코를 틀어 막고 음악에 맞춰 기술의 정확함과 표현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스포츠다.
웃음의 비결은 이처럼 수중발레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에 대한 도전에 있다.
남성들의 수중발레? 털이 북실북실 난 다리와 볼품없는 몸매 등 별로 아름답지 않은 남학생들이 물밖으로 다리를 쭉 뻗을 때마다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같은 남성들의 모습에서 터져나오는 웃음과 실소는 성(性)에 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뿌리깊은 가를 보여준다.
영화는 5명의 남학생이 치를 떨며 꺼리는 수중발레에 매달리게 되는 사연과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학교 축제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는 과정을 담았다.
‘워터…’는 각각 사교 춤과 스모를 소재로 한 영화‘쉘 위 댄스’와 ‘으랏차차 스모부’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 탈출이다. 주인공들이 불가능하리라고 여겼던 현실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워터…’는 이전 흥행작들의 공식에 ‘청춘’의 매력을 덧칠했다.
해체 위기에 몰린 일본 타다노 남자 고교의 수영부. 부원이라고는 대회에 출전하면 참가자 중 꼴찌를 도맡아 하는 스즈키(스마부키 사토시) 한 명 뿐이다. 어느 날 새로 온 미모의 여교사 사쿠마 선생(마나베 카오리)이 수영부를 맡게 되자 3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든다.
하지만 사쿠마 선생의 전공은 수영이 아닌 수중발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지원자 대부분은 도망가고 스즈키 등 5명만 남게 된다. 게다가 사쿠마 선생은 알고 보니 유부녀인 데다 임신으로 학교를 쉬게 된다.
영화는 코미디에 스즈키와 그의 여자 친구 시즈코(히라야마 아야)의 풋사랑을 가미했다.
이 작품의 웃음은 남학생들이 청춘의 멋진 목표에 도전하면서 박수갈채로 바뀐다. 실제 시사회 반응도 그랬다(특히 극중에서 남성들보다 여고생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처럼 시사회장에서도 여성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가 훨씬 더 컸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쉘 위 댄스’ ‘으랏차차…’에 비해 웃음의 수위는 높아진 반면 정교한 맛은 떨어진다. 청춘물의 속성상 삶의 무게가 부족해 가벼운 풍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매력적인 여선생이 떠나고도 남학생이 수중발레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도 부족하다.
14년 전부터 수중 발레를 학교 축제에서 공연중인 일본의 한 고교 수영부가 영화의 모델이 됐다. ‘비밀의 화원’ ‘아드레날린 드라이브’의 야구치 시노부 연출. ‘쉘 위 댄스’ ‘으랏차차 스모부’의 다케나카 나오토, ‘으랏차차…’의 에모토 아키라 등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전체 관람 가. 15일 개봉.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