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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박지성 매력에 빠져버린 日열도

입력 | 2002-08-08 17:46:00


“확실한 기술로 팀 공격라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찬스를 만들고 마지막엔 확실한 승리골을 결정, 매 경기를 빛내고 있다.”

일본축구전문주간지 사커매거진 최근호는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사진)을 ‘온갖 음식 맛을 돋구는 태국 향료에 비유’하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월드컵 이후 4경기 3골 2도움…. 기록만 놓고봐도 최근 9경기 연속 무패(8승1무)를 달리며 일본프로축구(J리그) 중간순위 5위를 마크한 교토의 고공비행은 박지성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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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시즌 최하위권을 맴돌다 지난해 2부리그로 추락하기까지 했던 교토로선 올시즌 성적에 입이 벌어질 정도. 일본축구계 최대 화제도 12경기 연속무패(11승1무)를 달리며 1위를 지키고있는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함께 교토의 반란이다.

일본축구계가 박지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단순히 기록때문만은 아니다. 매 경기 연장전 골든골, 선취결승골, 역전결승골 등 영양가 만점의 골을 넣는 것은 물론 골 상황이 그림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7일 FC도쿄와의 원정경기에서 20m 가까이 단독 드리블한 후 압박해 들어오는 4명의 수비진에 흔들림없이 침착하게 정확한 인사이드킥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은 대표적인 사례. 문전에서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 골을 성공시키는 능력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그토록 강조한 ‘킬러 본능’의 요체다.

박지성이 만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팀 리더로서 동료들을 이끌고 있는 점도 일본 언론의 시각을 달리하게 하고 있다. 팀 공격의 출발점으로 무리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매 경기 동료들의 결정적인 골을 어시스트하는 것은 물론 3일 빗셀 고베전에서는 자신이 페널티킥을 얻고도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줬다. 동료들이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며 ‘한 번 해보자’는 의욕에 불타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

지난해 13경기에 출전, 한골을 넣는데 그쳤던 박지성이 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를 통해 경기를 보는 시각이 한차원 높아졌기 때문이다. 엥겔스 교토 감독이 월드컵후 그를 수비형미드필더에서 오른쪽 날개로 전진 배치한 것도 물론 한 몫을 했다.

박지성은 올시즌을 끝으로 유럽 시장을 노크한다.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의 유럽 진출은 한결 수월할 전망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