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강화도의 한 바닷가에서 스스로에게 했던 대학진학의 약속을 이제야 지켰습니다.”
8월 3일 한양대 수시1학기 발명특허등록자 전형에서 최고령 합격자의 영예를 안은 김오영(金吾寧·44·사진)씨. 그는 돈이 없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천시를 받아왔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뒤로한 채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학업 대신 선택한 지난 19년의 직장생활 경험을 살려 2000년 2월 박사와 연구원 등이 포함된 직원 40여명의 전자부품회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초로 복잡한 자동차 전기장치의 각종 선들을 없앤 디지털 통합제어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얻어냈고 미국, 일본 등 세계 10여개국에 특허출원을 하는 등 탄탄한 기업 운영으로 이제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넉넉함도 김씨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학업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3남 2녀 중 장남이었던 형의 대학 진학과 둘째였던 저의 고등학교 진학이 맞물려 도저히 학비를 마련할 수 없었어요. 부모님은 원서를 내라고 내몰았지만 저는 학교 대신 동네 바닷가로 달려가 언젠가는 내 힘으로 꼭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김씨는 중학교 졸업 후 고속버스회사에서 오디오 등 자동차 전자부품을 손보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동생들을 모두 대학에 보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학업에 몰두하는 열성을 보였다.
“96년부터 일과가 끝나면 하루도 빠짐 없이 도서관으로 달려가 밤늦게까지 공부했어요. 특히 고등학생 딸이 있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몸은 힘들었지만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학기가 시작되면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공부에 전념해 박사학위까지 도전하겠다는 김씨. 그는 지금 청소년문화센터를 세워 자신이 간직했던 꿈과 도전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