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왼쪽)가 8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일 서로 ‘5대 의혹’을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의정 부사관 출신인 김대업(金大業)씨를,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각각 겨냥했다.
▽한나라당〓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으나 민주당의 병역의혹 공세를 ‘김대업 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의 초점을 명확히 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김대업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해선 5대 의혹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5대 의혹은 △김씨가 검찰 수사팀 일원으로 일하게 된 과정 △김씨의 불법 수사활동 내용 △김씨의 병무비리전과 면책 내용 △김씨 가족의 막대한 해외 체류 자금의 출처 △김씨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거래 의혹 등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근 병역비리 문제가 분명히 민주당과 일부 정치검사의 계획된 공작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고, 황준동(黃俊東)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대중(金大中)·민주당 정권과 김대업은 한통속”이라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 등이 수감 중이던 김씨를 병무비리 수사팀에 합류시킨 경위에 대해 즉각 직무감찰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洪準杓) 제1정조위원장은 “김씨는 병무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88년 2월 특별복권됐지만 사면은 받지 못했으므로 죄 자체는 사면된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전과기록에 김씨의 전력이 나타나지 않아 현 집권층과 사면 묵계가 이뤄진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민주당은 이 후보가 대통령후보로 있는 한 이 후보 관련 5대 의혹을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론’에 맞서 제기한 ‘부패인물 심판론’ ‘1당 독재 견제론’ 등은 별 효과가 없었지만 ‘신 병풍(兵風)’ 등 5대 의혹은 민심 변화로 이어졌다”고 공세 배경을 설명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 후보 5대 의혹 진상규명 특위’ 회의 브리핑에서 “특위 및 관련 상임위 위원은 필요하면 합숙훈련을 해서라도 5대 의혹을 숙지하도록 한 뒤 소속 의원과 당원 국민에게 5대 의혹의 내용을 상세히 알려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한 체중 고의감량 의혹 등을 거듭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남 정연(正淵)씨는 83년 1차 징병검사 때 55㎏→91년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을 때 45㎏→97년 모 연구원 근무 때 58㎏, 차남 수연(秀淵)씨는 85년 1차 검사 때 51㎏→90년 병역 면제 때 41㎏→93년 모 회사 근무 때는 48㎏ 등으로 나타나 고의 감량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병역비리소위 위원장인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고의로 체중을 줄이는 것 자체가 범법행위인 만큼 이 후보는 7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수연씨가 대학에 휴학계를 내지 않고 방위병 입대 후 뒤늦게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은 면제를 예상하고 군대에 간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