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선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미니 총선’ ‘대선 전초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총력을 쏟아 부었던 8·8 재·보선이 마무리됨으로써 이제 정치권은 12월 ‘대선 본선’을 향해 질주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번 대선은 80년대 이후 ‘3김(金)’이 참여하지 않는 최초의 대선이라는 점에서 과거 일부 대선 주자들이 특정지역을 ‘텃밭’으로 갖고 치렀던 선거에 비해 표의 유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 들어서도 대선 후보간 지지율이 이슈나 분위기에 따라 급등락하는 양상이 계속돼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각 후보진영의 이슈 선점을 위한 공방이 한층 더 치열한 양상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확정된 대선구도〓하지만 대선구도는 아직 윤곽이 분명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일찌감치 확정했지만 민주당은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확정하고도 신당창당 논의에 휩싸임으로써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까지는 아직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당 물살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돌리느냐에 따라 ‘양자구도냐, 다자구도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다.
노 후보가 ‘마이 웨이’로 간다면 이회창 후보 및 신당 후보와 함께 3자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고, 대선 주자군이 모두 신당에 참여해 최종 후보를 무리 없이 선출한다면 양자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다.
민주당과 자민련 등 ‘반(反) 한나라당 세력’들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 9월까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면 신당 논의 자체가 무산되거나 민주당 분당(分黨) 등 각자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독자적 생존능력이 없는 자민련 역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번민과 방황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혈투’〓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반(反) 이회창 연대’의 결성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한나라당의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압승을 발판으로 이회창 후보의 대세몰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이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는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과반수를 확보한 국회를 무기로 강력한 역공을 가함으로써 조기진화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또 민주당의 파상적인 공세에 맞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내 투쟁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국정감사나 각종 상임위 활동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치열한 정보전과 폭로전을 병행할 것이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국회 파행 가능성도 높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에 ‘양날의 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이 재·보선 승리로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이 후보의 대선 행보에 탄력은 붙겠지만, 동시에 ‘수(數)의 정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강자의 오만함’으로 비치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공세를 단호히 배격하는 고단수의 처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