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어린이를 위한 전국도보순례에 나섰던 홍승표군(왼쪽에서 세번째)일행이 백혈병을 앓고있는 박진호 어린이를 격려하고있다. - 권주훈기자
“백혈병, 이길 수 있어요. 모두 용기를 잃지 마세요.”
백혈병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국토 도보순례’에 나섰던 경기 연천의 전곡중학교 3학년 홍승표(洪承杓·15)군이 1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일 오전 11시 목적지인 서울 용산우체국 내 ‘한사랑의 집’에 도착했다.
지난달 25일 아버지 홍순각(洪淳珏·44·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사무국장)씨, 일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부산을 출발해 대구 대전 등을 거쳐 서울까지 1000리 길을 걸어온 홍군은 검게 그을린 얼굴에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번 도보순례는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6, 7시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40㎞를 걷는 강행군이었다. 대구에서는 날씨가 너무 더웠고 추풍령을 넘을 때는 발에 무리가 와 치료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번 주에는 비가 많이 내려 비옷을 입고 걷느라 힘이 들었다는 것. 홍군은 8일 “처음 3일간은 적응이 안 돼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더운 것도 모르고 ‘날아다녔다’”며 도보순례를 무사히 마친 것을 기뻐했다.
동아대의 자원봉사 동아리인 ‘도리도리’의 남현석(南炫碩·23), 조재기(曺在岐·22)씨 등이 함께 걸으며 홍군에게 힘을 불어 넣어줬다.
홍군은 “대구에서 백혈병 어린이들이 환영하러 나온 것을 보고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며 “그 아이들이 나처럼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군은 1989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서울대병원에서 3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아들이 백혈병에 걸린 이후 백혈병어린이 후원사업에 뛰어든 아버지 홍씨는 1994년 백혈병어린이의 쉼터를 만들기 위해 같은 코스의 도보순례를 했고 그 결과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지의 우체국 내에 ‘한사랑의 집’을 열 수 있었다.
아버지 홍씨는 “서울 신촌에 또 다른 ‘한사랑의 집’을 열 예정”이라며 “뜻 있는 분들은 ‘백혈병어린이 만세’라는 뜻의 만세회원(계좌당 1만3원)으로 가입해 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02-766-7671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