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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자인터뷰]경기 안성 김선미씨

입력 | 2002-08-09 00:30:00


“정말 죄송합니다. 복중(伏中)에 주야로 많이 고생하셨는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모두 이 사람이 부덕한 소치입니다. 하지만 절망하지 말고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8일 오후 8시50분경 경기 안성 보선에 나선 민주당 김선미(金善美) 후보 사무실. 칠순의 한 노인이 “죄송하다. 또 이렇게 끝까지 지켜봐 줘 감사하다”며 ‘낙선사례’를 하고 있었다.김 후보의 시아버지이자 올 1월26일 코골이 수술 후 숨진 고 심규섭(沈奎燮) 의원의 부친인 심상희(沈相熙)씨였다. 사무실에 남아 있던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남편이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겠다며 이번 선거에 나선 김 후보는 막판 선전을 펼쳤으나 3선의 ‘거물’ 한나라당 이해구(李海龜) 후보에게 3500여표 차로 분루를 삼켰다. 2년 전 남편은 이 후보에 3800여표 차로 신승했었다.

인지도가 낮은 탓에 선거 초반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30%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선거가 진행되면서 김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 이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까지 치고 올라왔다.

선거 기간 김 후보는 ‘일 잘하는 며느리’가 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안성시 골목골목을 누볐다. 때론 “‘한풀이’로 나온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김 후보는 “안성시민이 일상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생활정치’를 펼치겠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5시반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후 6시를 좀 넘어 사무실을 나선 뒤 어딘가에 머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사절했다. 수행비서는 “위원장님(김 후보)은 끝까지 당당했다”고 전했다.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