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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LA노숙자의 등불 '코리안 마마'

입력 | 2002-08-09 19:06:00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은 등불이 되고 싶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매일 아침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수프와 빵을 나눠주는 글로리아 김 목사(62·여·시온복음선교교회·사진).

노숙자들로부터 ‘코리안 마마’로 불리는 그의 하루는 오전 1시 반부터 시작된다. 노숙자 200여명에게 나눠줄 신선하고 따뜻한 수프를 끓이는 일이 바로 일과의 시작.

김 목사는 빵과 과일 등을 플라스틱 주머니에 담아 200여명의 하루 식사 분을 만들어 오전 7시 무렵 낡은 트럭을 손수 몰고 로스앤젤레스 뒷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노숙자들에게 나눠준다.

김 목사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간호대를 졸업한 직후인 76년,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이웃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83년 신학대학에 지원해 목사가 됐다.

87년부터 어머니인 고 이목림(李睦林) 여사와 함께 노숙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이후 1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일을 해오고 있다. 90년 3월 30일 봉사활동의 동반자였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김 목사는 매년 이날이 되면 노숙자들에게 양말과 의복 등을 나눠주며 ‘작은 잔치’를 열고 있다.

150㎝가 조금 넘는 가냘픈 체구의 김 목사가 혼자 노숙자들을 돌보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마약 기운이 떨어지자 돈을 달라고 협박하는 사람, 총이 없어졌다며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때론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작은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옛 노숙자들의 소식을 들으면 다시 힘을 얻곤 한다.

현재 김 목사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일은 노숙자들의 쉼터를 마련하는 일. 취사장 샤워실 등만 갖춘 김 목사의 교회에는 노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김 목사는 쉼터 마련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까지 와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언젠가는 노숙자들 모두가 당당한 사회인으로 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 때까지 그들을 위해 저는 작은 버팀목이 될 겁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