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하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7%대에서 6%대로, LG경제연구원은 6%대에서 5%대로 각각 낮추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하반기에 우리 경제를 위협할 ‘5대 불안요인’을 걱정한다. 이들 변수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자체의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반기 경기 최대 복병인 미국 변수〓경제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올 하반기 최대 불안요인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는 지표는 한결같이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올 2·4분기(4∼6월) 미국의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1.1%에 그쳤다. 월가(街) 전문가들이 당초 전망한 2.5%보다 1.4%포인트나 낮았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의 더블딥(경기상승국면이 이어지지 못하고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도 메가톤급 변수.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현재 25달러수준에서 4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증시 침체〓하반기 국내증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은 많지 않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국내 주가가 더 떨어지거나 요즘과 같은 ‘옆걸음 장세’가 이어지면 국가경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민이다.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주가하락은 정부보유 지분매각을 어렵게 하고 이는 바로 공적자금의 조기회수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원화환율 하락〓달러당 원화환율은 올해 3월 1322원까지 올랐다가 엔론 월드컴 등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사건으로 달러약세가 이어지면서 110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9일 현재 1203원 가량이다. 지난해 달러당 평균환율은 1290원이었다.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하락은 수출제품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7월 수출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9%나 늘어난 것은 작년 7월의 수출실적이 최악이었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이 크다. 특히 수출계약과 선적이 3∼4개월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환율변동에 따른 악영향은 9월 이후 수출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대선에 따른 경제적 부담〓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대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고 특히 경쟁적으로 내놓을 선심성 공약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기업들로서는 정치이벤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더구나 경제환경도 불투명해 투자를 극도로 꺼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노사갈등〓올 상반기에는 모두 207건의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113건)의 거의 2배에 이른다.
하반기에 노사갈등이 진정될 가능성은 더욱 낮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무원노조, 주5일 근무제 등 ‘제도개선 투쟁’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DI가 전망한 2002년 국내경제 주요 지표 전망치항목2001년(연간)2002년1·4분기2·4분기3·4분기4·4분기2002년(연간)경제성장률(%) 3.05.76.16.36.46.1경상수지(억달러)8617205244소비자물가상승률(%)4.12.52.72.63.52.8실업률(%)3.73.62.92.62.83.0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002년 1·4분기 실적은 잠정집계. 자료:KDI)
기업경기실사지수(BSI)추이일시지수2002년 2월105.33월140.04월132.65월132.36월108.07월103.0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