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벤허’ ‘십계’ ‘엘 시드’에서 열연한 미국의 원로 배우 찰턴 헤스턴(78)이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헤스턴 옹은 9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틀 전 미리 녹음한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친지와 팬들에게 자신을 인내와 이해심을 갖고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뇌세포들을 파괴해 기억상실증을 유발하는 신경학적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히고 “언제 말을 할 수 없게 될지 몰라 여러분에게 전할 몇 마디를 준비하고 싶었다. 내게 동점심을 느끼지 말아달라. 나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1959년 ‘벤허’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헤스턴 옹은 ‘십계’의 모세역을 연상하듯 “(모세처럼) 홍해를 가를 수는 있지만 나는 여러분과 떨어질 수 없다”면서 “무대와 은막에서 평생을 바친 배우에게 관객을 잃는 일보다 더 큰 손실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카고 교외 찰스카터에서 출생한 헤스턴 옹은 미시간주에서 성장한 뒤 노스웨스턴대에 연극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1943년 육군 항공대에 입대해 알류샨열도에서 복무했으며 1947년 전역해 같은 대학 연극학도 출신 아내 리디아 클라크와 함께 뉴욕으로 이주하고 1950년 영화 ‘다크 시티(Dark City)’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그는 1998년 420여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 전국총기협회(NRA) 회장에 취임해 4기 연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