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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전과자와 중증장애인의 사랑 ‘오아시스’

입력 | 2002-08-12 17:20:00


이창동감독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는 사랑이야기다.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을 만든 감독의 영화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냥, 사랑 이야기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창동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말랑말랑한 머쉬 멜로나 달콤한 솜사탕 같은 사랑이 아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다른’ 사랑이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같은 뜻으로 종종 잘못 쓰이듯, ‘오아시스’의 종두(설경구)와 공주(문소리)의 사랑 역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종두가 전과 3범인 백수 건달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공주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여성이기 때문에.

물론 두 사람의 설레는 마음이야 어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 “무스은…새글…조오아해요오?” “흰색” “좋아하는 음식은?” “나아안…콩이…시이러요오”

그들은 이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헤어져도 금세 보고싶어 밤새 전화로 밀어 속삭이고, ‘마마’ ‘장군’이라는 두 사람만의 사랑스런 애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느 연인들처럼. 오빠네 가족에게 버림받고 혼자 낡은 서민 아파트에 갇혀 지내는 공주를 위해 종두는 지하철로, 노래방으로, 청계고가도로로 외출을 시켜준다.

마침내 공주는 종두에게 말한다. “가아치…자아요”. 하지만 공주의 오빠가 이 모습을 발견하면서 종두는 ‘불쌍한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파렴치한 인간’이 돼버린다. “너 변태아냐?” “저런 불쌍한 애한테. 야, 임마 솔직히 성욕이 느껴지데?” 라는 형사의 말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된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경찰서에서 잠시 도망친 종두는 온 힘을 다해 공주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간다. 그 선물은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사랑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달콤한 환상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소소한 일상이라는 것을.

마지막 장면. 감옥에서 종두가 공주에게 편지를 띄운다.“(마마가 싫어하는) 콩이 나도 이젠 싫습니다.” 어쩌면 이창동 감독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의 주관적인 취향마저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도 종두와 공주의 ‘조금은 다른’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희망과 함께! 15일 개봉. 18세 이상.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