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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96…초이레 (4)

입력 | 2002-08-12 17:41:00


눈앞이 뿌옇고 크고 작은 동그란 빛이 무수히 떠올라 서로 겹쳐졌다. 희향은 눈물이 입술로 들어가 짜게 느껴지도록 자기가 울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우물물을 뜨려고 바가지를 쥐었을 때, 묵직한 통증이 어깨와 목 근육을 짓눌렀다. 난산이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힘을 주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를 너무 악물어서 얼굴 혈관이 터졌을 정도다, 그런데 그 사람은, 울어서는 안 된다, 울면 슬픔에 나를 잃어버리고 만다, 울어서, 나를 떠나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자식이 셋이나 있는 엄마니까. 희향은 우물물로 얼굴을 씻고, 강속을 걷듯 조심조심 마당으로 걸어나갔다.

복이와 부선은 두 손을 만세를 부르듯 위로 쭉 피고 잠들기 시작한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문이 다 났습디다” 부선이 목소리를 낮췄다.

“귀에 안 들어가야 할 낀데”

“좁은 동넨데, 벌써 2년이 아닙니까”

“에미는 다 알고 있다. 우철이하고 소원이가 알면…”

“아이구, 금방 다 알게 될 낀데. 사람 입에다 자물통을 채울 수는 없다 아입니까”

복이는 후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멈추고, 훅 하고 크게 토해내고, 다시 후 하고 들이쉬었다가 멈췄다. 감색 치마 위에 나란한 두 손을 관절이 허예지도록 꽉 쥐고 있었다.

희향이 뒷문을 열자, 용하는 둥그런 의자에 앉아 일본 사람이 쓰는 검정 학생모를 깁고 있었다.

“우철이 아버지” 희향이 자신도 놀랄만큼 부드럽고 은근한 목소리가 목에서 흘러나왔다.

“괜찮나?”

“덕분에 오늘부터는 찬물에 손도 담글 수 있고, 밥도 원래대로 먹습니다”

“빙모님은?”

“어머니는 당분간 더 있을 겁니다. 아직은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고, 얼라도 걱정스럽고 해서”

“그거 잘 됐네” 용하는 학생모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우철이 아버지”

“와?” 용하는 바느질하던 손길을 멈추고, 목소리에서 뭔가를 떨쳐내듯 헛기침을 했다.

“우리 얼라 이름 지어줘야지예”

“그래, 내 생각하고 있는데, 우근이가 어떻겠나? 비 우에 뿌리 근이라고”

“우근이…”

“싫나?”

“…아닙니다, 좋은 이름이네예”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