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드라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스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거인’ 박정태가 94년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선고를 받고도 1년후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을 때 ‘역시 악바리’라고 혀를 내두르며 대리 만족을 느꼈다. ‘불사조’ 박철순이 영원히 가슴속에 남은 것은 원년 22연승의 신화보다는 7번의 부상을 딛고 14년후인 96년 만 40세 5개월의 나이에 사상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을 때였다.
서용빈도 한때 작은 감동을 안겨준 선수였다. 단국대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는 94년 LG의 2차 맨 마지막 선수로 지명돼 막차를 탔지만 가히 신데렐라에 비유될 만한 무명 돌풍을 일으키며 그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나중에 그가 인기 탤런트 유혜정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것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서용빈에게 걸린 ‘마법의 주문’은 98년 교통사고로 턱뼈를 다치면서 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서용빈은 한해를 쉬면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병역비리 파동을 겪으며 99년 3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서용빈은 수차례 재판과 소송을 겪으면서 부친의 뇌물수수는 혐의가 인정됐지만 자신의 병역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아 2000년 시즌부터는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고 2년간의 공백이 믿기지 않게 올해까지 전성기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서용빈은 재신검을 받아야 한다는 행정소송에선 패소했고 급기야는 엿새후인 19일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라는 통지서를 받기에 이르렀다. 더욱 그를 안타깝게 한 것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올 부산아시아경기 대표팀 선발명단에서도 제외된 것.
사실 냉정한 법의 논리로만 따지면 서용빈은 전혀 동정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국민의 한 사람인 야구선수가 입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국방의 의무. 병역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서용빈을 곱게 보지 않는 이들조차 있는 실정이다.
드림팀도 서용빈의 포지션인 1루에는 이승엽과 장성호란 쟁쟁한 후배들이 있는 한 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접어두고 한때 서용빈으로부터 조금이나마 감동을 받았던 팬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서용빈은 28개월간의 공익근무를 마치면 2005시즌이나 복귀가 가능하다. 이미 그의 나이 35세때다. 때문에 18일 현대와의 수원경기는 사실상 그의 은퇴무대가 될 전망이다.
서용빈은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이때 시즌조차 끝내지 못하고 떠나는게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하고 있긴 하다.
현재 일부 드림팀 선발 선수중에는 서용빈이 입영 연기를 해 올시즌이라도 마칠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실정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과연 서용빈의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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