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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실링 34년만의 투수 MVP 꿈★

입력 | 2002-08-13 17:38:00



야구를 흔히 투수 놀음이라고는 하지만 마운드와 상복은 거리가 먼 듯 하다.

현행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 MVP(최우수선수) 시상 제도가 도입된 1931년 이래 투수가 영광의 주인공이 된 적은 20차례로 지난해까지 탄생한 전체 143명 가운데 14%였다. 얼추 다른 포지션과 균형이 맞는 듯 보이나 투수 MVP는 1960년대 이전에 집중돼 있으며 내셔널리그(NL)에서는 1968년 밥 깁슨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메리칸리그(AL)는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가 마지막이었다. 투수는 출전 자체가 적은데다 화끈한 타격을 과시하는 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탓.

그럼 올해에는 어떨까. NL에서는 불 방망이를 앞세운 거포와 특급 투수들의 MVP 경합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타석에서는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가 연일 대포를 펑펑 날리며 98년 이후 4년만의 MVP 등극을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13일 휴스턴전에서는 5시즌 연속 40홈런을 달성하며 양대 리그를 통틀어 홈런 1위를 질주했다.

소사의 독주를 견제할 유력한 후보는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73개)을 갖고 있는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가 꼽힌다. 본즈는 리그 타격(타율 0.359)과 장타력(0.803) 1위, 득점 2위(83점), 홈런 3위(33개) 등 공격 부문에 고르게 이름을 올리며 지난해에 이어 2연패이자 통산 5번째 MVP를 차지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10일 역대 4번째로 통산 600홈런을 달성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

소사와 본즈에 맞서는 ‘투수 대표’는 리그 다승 단독선두 커트 실링(애리조나)과 ‘소방수’ 존 스몰츠(애틀랜타). 34년만의 리그 투수MVP를 노리는 실링은 시즌 19승으로 다승 1위에 올라 있으며 현재 페이스라면 26승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링은 192와3분1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9개의 볼넷만을 내주는 완벽한 제구력으로 투수 MVP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스몰츠는 올 시즌 최단기간 40세이브 돌파의 여세를 몰아 1950년 짐 콘스타니 이후 무려 반세기만의 구원투수 MVP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후보가 즐비한 NL과 달리 AL에서는 MVP 2연패에 도전하는 이치로 스즈키(시애틀)와 최고 몸값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의 2파전 양상. 이치로는 타격(타율 0.344)과 최다안타(162개)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로드리게스는 홈런(38개), 타점(99타점) 1위에다 득점(91득점) 2위로 활약하고 있다.

한편 현역 시절 1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은퇴한 ‘안타 기계’ 토니 그윈은 본즈와 로드리게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윈은 “1년에 36경기에만 나서는 실링보다는 소사나 본즈에게 점수를 더 줘야하지만 소사는 나쁜 팀 성적이 걸림돌이 된다”며 “AL 에서는 하위권에 처진 팀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로드리게스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