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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팝스콘서트' 튀는 지휘 박정호씨

입력 | 2002-08-14 18:31:00


“클래식 콘서트도 이젠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예술의 전당이 8∼10일 개최한 ‘팝스 콘서트’에서 특유의 ‘감각적 리드’로 청중을 사로잡은 지휘자 박정호(40·미국 뉴헤븐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의 말이다. 그는 궁둥이춤도 마다않는, 익살섞인 제스처를 펼치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영화음악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히트곡 등을 영상과 함께 선보였다. ‘오감을 사로잡힌’ 관객은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재미교포 2세 음악가인 그의 당당한 주장에는 그럴 만한 ‘내력’이 숨어있다. 1998년 파산선고를 받은 샌디에이고 심포니 총감독으로 취임한 뒤, 무대에 영상과 연극을 도입하고 각국 민속악기 연주자와 협연하는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거듭 선보여 악단을 구원한 주인공이기 때문.

민간기업의 지원에 주로 의존해온 미국 교향악단들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오케스트라의 구원자’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청중들이 ‘보기드문 재미있는 콘서트를 만났다’ 고 말합니다. 객석에서 느껴지는 반응도 열광적이었는데요.

“한국 청중들은 뜨겁고 솔직합니다. 고함에 가까운 환호와 휘파람 소리…. 저는 이런 느낌을 즐깁니다. 미국보다 젊은 청중 비율이 훨씬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중적 레퍼토리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전략은 일시적으로만 청중을 늘릴 뿐, 장기적으로 고정 청중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제가 맡은 악단의 경우 팝스 콘서트 프로그램은 전체 연주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정규 클래식 프로그램이죠. 다만 콘서트의 모양새가 다를 뿐입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콘서트 프로그램이 항상 ‘고기와 감자’ 만 있는 단조로운 상차림이 돼서는 안됩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는 컴퓨터 게임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문화체험의 선택 폭이 얼마나 넓습니까. 이들에게 ‘잘 차린 프랑스 요리상’ 같은 무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연주자의 의상과 무대 배치부터 화려하게 하고 변화를 줍니다. 솔리스트와의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TV 쇼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요.”

-보수적인 관객들은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비유를 하자면, 이제 모나리자를 걸어놓고 보기만 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작품이 생겨난 역사적 맥락을 비디오로 보여주고, 컴퓨터로 분석한 물감 재질을 알려주고, 가상체험을 통해 작품을 만져보는 느낌까지 갖게 하는 시대죠. 저는 모차르트와 차이코프스키, 말러 음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방법이 좋은 것인지 계속 고민해야만 합니다. 이 위대한 예술이 잊혀지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서죠.”

인터뷰를 마치기 앞서 기자는 그에게 영화배우 임원희의 사진을 내밀었다. “청중들이, 두 사람이 닮았다고들 말합니다.”

그는 호기심을 보였다. “어떤 영화에 출연하죠?”

“주로, 코미디 액션입니다.”

그는 폭소를 터뜨렸다. “멋집니다! 내가 하는 일 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코미디 액션이니까요.”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