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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00년만의 폭우… 94명 사망

입력 | 2002-08-14 18:37:00

물에 잠긴 프라하 - 프라하AP연합


100년 이래 최악의 홍수로 중부유럽에서 최소 94명이 숨지고 서남아시아에서도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등 지구촌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AFP통신은 최근 몇 주간 지구촌 10여개국을 강타한 폭우로 1700여명이 숨지고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체코는 이번 홍수로 1000년 중세 역사를 간직한 고도(古都) 프라하의 문화유적들이 대거 유실될 위기에 놓였다. 9세기에 건설된 프라하는 유럽의 황제들과 예술가들의 고향으로 알려져 왔으며, 고전 및 현대 건축물이 혼재돼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블라디미르 스피들라 체코 총리는 10여일 동안 쏟아진 폭우로 체코에서만 9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12일 프라하와 보헤미아의 4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체코 당국은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주 이후 약 20만명을 대피시킨 데 이어 13일 오후 블타바강 범람 가능성에 대비해 저지대 주민 7만여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독일에서는 12명이 사망한 가운데 작센주는 주민 1만7000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오스트리아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겨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볼프강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는 집 1000여 채가 침수됐다. 러시아 흑해 지역에서도 관광객 4000여명이 휴양지인 시로카야 발카 지역에 고립됐다.

한편 인도와 네팔,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도 집중호우로 모두 11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에서는 이날까지 516명이 사망하고 15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네팔에서도 지난달부터 계속된 폭우로 모두 424명이 숨지고 25만명이 부상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57명이 숨지고 6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외신종합연합

▼엘니뇨 탓 ? 오염구름 탓 ?▼

최근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상재해의 원인을 둘러싸고 기상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현상이 지구온난화나 엘니뇨에 따른 장기적 기상이변의 전조(前兆)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과학자들은 이는 일시적인 기후 변화에 불과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는 것.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기상이변의 원인은 재 매연 등 오염 입자로 이뤄진 거대한 갈색구름층이 대기를 이상 가열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과학자들은 1997년 엘니뇨로 2만4000여명이 숨진 사례를 들며 4∼5년 주기의 엘니뇨에 따른 기상재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기상학자인 클레어 구디스는 “지구온난화 모델에 따르면 현재 상황과는 정반대로 여름이 아닌 겨울에 강우량이 증가했어야 하며, 중남부 유럽에는 오히려 가뭄이 닥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영국 기상청도 “현재 유럽의 기상이변과 엘니뇨와의 연관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