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14일 남북대표단은 예정보다 7시간 늦은 오후 4시10분이 돼서야 회의를 열고 10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첫째, 둘째 날과는 달리 진통에 진통을 거듭한 난산이었다.
오전부터 통일부 김홍재(金弘宰) 대변인은 “언제 발표될지 모르겠다. 계속 협의중이고 빨리 결실을 맺겠다”고 했지만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아 회담장 주변에 긴장감이 흘렀다. 남측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밤샘 접촉을 계속했지만 최대 핵심인 군사실무회담 개최시기에 대해 북측이 ‘버티기’로 일관해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들은 “(북측이) 조금만 양보하면 될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후 2시반경. 회의가 오랜 시간 지연되자 호텔측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할 때 축하행사를 위해 배치했던 한복 차림의 여직원들을 철수시켰다.
호텔 관계자는 “회의가 언제 시작될지 몰라 모든 직원들이 비상대기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정이 더 연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취재진과 호텔 관계자들은 바짝 긴장했다.
오후 3시50분경 “잠시 후 전체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곧이어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이 회담장에 나타났고, 얼마 뒤 양측 수석대표가 공동보도문을 전격 발표했다.
발표 직후 김영성(金靈成) 북측단장은 “많은 선물을 놓고 간다”며 만족감을 표시했으나 남측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진통 끝에 발표된 공동보도문에 남측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군사회담 일정을 명기하지 못하고 ‘빠른 시일’이라고만 언급된 데 대해 회담장 주변에서는 “북한이 군부와 내부 조율을 거치지 않고 그냥 온 것이 아니냐”는 말도 흘러 나왔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