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현대판 신분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중국의 호구(戶口)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인민일보는 14일 사설 형식을 빌린 특집기사에서 “호구제도는 인재의 합리적 배치와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요구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 및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구제도는 1958년 제정된 ‘호구등기조례’에 따라 농촌 주민의 도시 이주를 엄격히 금지하는 중국 특유의 제도로서 개혁·개방 이후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제도 개혁의 필요성〓인민일보는 “공안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유동인구는 1억1000여만명이며 이 중 5000여만명이 임시 거주증으로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시장경제가 형성되면서 인구의 합리적인 유동은 법으로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은 호구등기조례에 이어 1975년 개정 헌법에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금지했으나 이후 두 차례의 헌법 개정에서도 이 같은 국민의 권리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1998년 가입한 유엔인권협약에 따라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어 “농촌 호구를 가진 사람은 도시에서 생활하더라도 취업, 자녀 교육, 의료 보험, 실업·양로보험, 주택 보장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서 “최근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급격히 유입되고 있으나 이들의 자녀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호구제도는 자녀들이 부모의 호구를 대대로 이어받도록 하고 있고, 도시 남성이 농촌 여성과 결혼하더라도 자녀는 어머니의 농촌 호구를 계승하도록 하고 있어 새로운 계급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구제도 도입과 폐지시 문제점〓중국은 공산혁명 이후 급격한 공업화를 실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농산품 가격은 낮게, 공산품 가격은 높게’ 책정, 발생 이윤을 공업 발전자금으로 돌리는 한편 호구제도를 도입했다. 호구제도가 없다면 농민은 소득에서 손해를 보는 농촌을 이탈해 도시로 몰려들 것이 뻔하고 이 경우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공업 발전자금을 비대해지는 도시의 인프라 건설과 복지 분야에 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당장 호구제도를 폐지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을 부추겨 사회안정을 해치는 한편 광둥(廣東)성,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등 동부 연해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편중 현상을 초래해 농촌 발전은 물론 지역간 균형 발전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민일보는 “호구제도를 전면 개혁하되 고정된 주소와 안정된 직업이 있을 경우 거주지에 따라 호구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베이징〓황유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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