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죽음이 있고 기다리기 위해서 사랑이 있다.”
15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35㎞ 떨어진 슬로카탈시 대로변. 12년 전 러시아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가수 빅토르 최(사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곳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팔짱을 낀 생전의 최의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비에는 대표곡인 ‘전설’의 유명한 가사 한 소절이 새겨졌다.
이 추모비는 최의 동료 가수들이 자선공연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세워졌으며 러시아의 저명한 조각가 루슬란 베레샤긴과 아미란 하벨라슈빌리가 제작했다.
현지 언론들은 추모비 제막식에 유족과 최가 이끌던 그룹 키노의 옛 동료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인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최는 80년대 초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해 80년대 후반 구소련이 해체될 무렵 슬라브 특유의 우울한 선율에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아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최의 인기는 사후에도 여전해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추모의 벽’이, 러시아 카잔과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등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겼다.
그러나 추모비가 세워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전에 고국 공연을 꿈꿨던 최는 광복절인 8월15일 29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