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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열사 5촌조카 유제경씨 부부 광복절 감회

입력 | 2002-08-15 17:56:00


“지난 월드컵 때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던 젊은이들의 심정이나 63년 전 일제에 맞서 태극기를 흔들던 고모님의 심정이 다를 바 있겠습니까.”

대전 중구 태평동 삼부아파트에 거주하는 유제경(柳濟敬·86·왼쪽)씨. 공주대 교수를 지내다 82년 정년 퇴임한 그는 유관순 열사의 5촌 조카로 광복 57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유씨는 세 살 때이던 1919년 3·1운동 때 유 열사 등에 업혀 태극기를 흔들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충남 공주 장기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40년 학생들에게 일황(日皇)숭배를 비판하는 교육을 하다 투옥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3년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남편 유씨를 감옥으로 보내야 했던 부인 오우섭(吳又燮·85·오른쪽)씨는 “당시 남편이 판사 앞에서 ‘나라 잃은 어린이들에게 나라를 찾도록 가르친 게 죄가 된다면 당신도 죄인이오’라고 말해 괘씸죄가 적용됐다”고 회고했다.

공주대에서 30년 동안 재직한 유씨는 자신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하겠다는 보훈처의 요청을 계속 거부해오다 퇴임 이후에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는 유 열사 친척 가운데 생존해 있는 유일한 독립유공자인 셈. 현재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고모님이 투옥됐던 바로 그 서대문형무소에서 3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며 나라를 위해 몸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벌써 미수(米壽·88세)를 넘보게 됐네요.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고모님의 뜻을 광복절 단 하루 만이라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유 씨는 83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오던, 고모 유 열사가 직접 떠 준 털모자를 최근 천안대 유관순연구소에 기증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