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개 지역에 건립된 3·1운동기념비와 항일의병탑들이 조사 결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족정기가 담긴 항일기념비가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은 일제하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선인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다. 후손들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는 일이다.
어제 본보의 현장보도는 이들 기념비가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단 콘크리트 기초부분이 망가진 것은 그래도 낫다. 비문이 글씨조차 보이지 않은 채 기름때와 먼지로 얼룩진 기념비가 있는가 하면 비석 자체가 흰색이나 파란색으로 덧칠이 돼 무슨 기념비인지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었고 어떤 지역은 기념비 부지가 주차장으로 바뀌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니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비단 이들 15개 지역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항일운동관련 기념비와 탑은 모두 1500여개로 이들 대부분도 날로 훼손돼가기는 마찬가지다. 대개의 경우 예산과 인력부족 등에 따른 지자체들의 관리부실 때문이라니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닐 성싶다.
항일기념비 건립은 식민지시절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져간 3·1만세운동과 항일독립 정신을 기려 후대의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였다. 그런 기념비를 잘 간직하고 보존해 나가는 것은 바로 우리의 고귀한 민족정신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것이다. 기본이 되는 일을 소홀히 하면서 애국을 말하기는 어렵다.
보훈처와 지자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보존대책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 소유가 아닌 기념비 부지는 예산을 확보해 사들일 필요도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민족정기를 일깨우는 국민교육장으로 승화시키거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의 주요행사를 이곳에서 실시하는 것도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민족과 나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