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7일째 물에 잠긴 경남 지역 수재민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김해시 한림면의 경우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겨 사라졌고 땀흘려 지은 농사도 모두 헛수고가 됐다. 졸지에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피부병이 돌고 집단 폐사한 가축들이 썩어 수인성 전염병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언제 물이 빠질지 모른다니 수재민들이 앞으로 더 겪어야 할 고통이 안쓰럽기만 하다.
지지부진한 복구작업은 수재민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식량과 식수, 침구 등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이 지원의 전부고 그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 예산과 일손이 달려 본격적인 복구작업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니 이대로 방치하자는 얘기인가.
사상 최악이라는 이번 경남지역 수재는 수재민만도 5000명이 넘는다. 비상사태나 다름없는 이번 수재의 복구를 지방자치단체 혼자 감당하는 것은 무리다. 중앙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일이 아니라 당장 침수지역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범정부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복구비 지원과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역작업이 시급하다. 일손이 달린다면 다른 지역에서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복구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비로 인한 침수피해는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가 내리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자세다. 상습침수지역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예방조치가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면 그것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이번 경남지역 수해도 인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둑이 붕괴되기 전 물이 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신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배수문 공사를 부실하게 해 침수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수재민들이 하루 빨리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그들이 실의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민도 모두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