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안녕.’ 17일 열린 일본프로축구 주빌로 이와타와의 경기에서 J리그 고별전을 가진 ‘황새’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이 상대 수비를 등지고 뛰어오르며 헤딩슛을 날리고 있다. 가시와AP연합
황새가 일본에서 날개를 접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해온 ‘황새’ 황선홍(34)이 17일 주빌로 이와타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일본에서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황선홍은 원톱으로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헤집었으나 골을 넣는 데는 실패했다. 전반 39분 교체돼 고별 경기의 아쉬움을 남겼다. 가시와 팬들은 그가 보여준 월드컵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듯 한국에서 건너온 노장 스트라이커의 마지막 무대를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했다. 황선홍은 18일 가시와에서 마련한 고별 행사에 참가했다.
황선홍은 일본 프로축구에서 70경기에 출전해 42골을 넣는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황선홍의 일본 진출은 98년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24골로 J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2000년에는 수원 삼성으로 잠시 한국 프로축구에 복귀했다가 곧바로 가시와 레이솔 소속의 샤샤(현 성남 일화)와 맞트레이드되면서 일본 생활을 이어갔다. 가시와에서도 유상철과 함께 ‘한국인 콤비’로 호흡을 맞추며 팀내 최고 스트라이커의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부상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한데다 가시와의 감독이 브라질 출신 모레이라로 바뀌면서 가시와의 유니폼을 벗게 됐다.
황선홍은 진로를 두고 고민이 많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태극마크에는 미련이 없지만 프로선수 생활은 몇 년 더 이어가고 싶었던 것이 본인의 심정. 그러나 ‘타의’에 의해 갑작스럽게 가시와를 떠나게 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황선홍은 가시와를 떠난 뒤 미국프로축구(MLS) 진출을 모색했었다. MLS팀 중 뉴욕-뉴저지 메트로스타스가 황선홍의 영입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MLS의 2002 시즌이 다음달 21일로 종료된다는 점. 사실상 올 시즌 중 미국 진출은 불가능하다.
임대 형식을 빌려 J리그의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가시와측은 황선홍에게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그를 영입하기 위해 섣불리 나서는 J리그 팀은 아직 없는 상태.
한국프로축구는 지난달로 선수 등록을 마감, 국내 복귀도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황선홍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내년 시즌을 목표로 진로를 모색할 전망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