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신시내티 시너지필드에서 여섯살짜리 한 야구팬이 ‘제발 파업하지 말아요’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시내티AP연합
결국 올 것이 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31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선수노조 집행위원회는 17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정했다. 예정대로 31일 파업이 시작되면 1972년이후 9번째. 하지만 31일전에 구단주측과의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94∼95년엔 232일간의 최장기 파업으로 90년만에 월드시리즈가 무산되는 등 큰 홍역을 앓았다. 이번 파업결정의 발단과 한국선수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알아봤다.
▽노사 쟁점은?
사치세(luxury tax) 부분에서 구단주와 선수노조간에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돼 있다. 구단주들은 구단의 연봉총액이 1억2000만달러가 넘으면 초과분의 50%를 사치세로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뉴욕 양키스(올 연봉총액 1억2500만달러)같은 부자구단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봉지출을 제한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이에 대해 선수들의 대형계약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선수노조는 “변형적인 ‘샐러리캡(연봉제한제도)’의 일종”이라며 1억3000만달러가 넘을 경우에만 50% 미만의 사치세를 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밖에 수익분배와 구단퇴출여부, 약물테스트 등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메이저리그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전문 채널 ESPN과의 인터뷰에서 “30개구단의 시즌 적자가 약 4억5000만달러에 이른다”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선수연봉 때문에 각 구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대변했다.
▽여론은?
선수쪽에 불리하다. 94년 파업으로 진절머리를 낸 팬들은 또다시 메이저리그 파업이 예고되자 선수쪽에 돌을 던지는 분위기다. 하긴 평균연봉이 238만달러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돈 때문에 파업한다면 수긍할 수 있는 서민들은 없다. 한 팬은 “구단과 선수들 모두 야구를 통해 엄청나게 돈을 벌고 있다. 그들에게 주머니를 털리고 있는 것은 팬들”이라며 “만약 파업이 벌어진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분노했다. 전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로 야구에 관심이 많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파업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분개할 것이며 나도 그중의 한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가 진행중인 각 구장에선 벌써부터 팬들이 “파업을 하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파업이 벌어진다면 ‘9·11테러’ 1주기를 맞는 미국민들에게 또다른 비수를 꽂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이를 의식, 내셔널리그 선수대표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톰 글래빈은 “아직 협상기간이 남아 있다. 실제로 파업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희망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한국선수들은?
31일부터 파업이 발생하고 시즌이 종료되면 전 선수들은 16% 정도의 연봉손실을 입게 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 한국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선수노조에 제출된 계약서상 연봉이 679만달러(약 81억원)인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16%인 108만달러(약 13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인 20만달러를 받는 김병현은 3만2000달러(약 3800만원)의 금전적인 손실을 입는다. 성적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24일 메이저리그 재등판 예정인 박찬호는 앞으로 2경기 밖에 던지지 못하고 29세이브를 기록중인 김병현은 ‘잠수함’ 소방수 최다세이브 신기록(댄 퀴센베리·44세이브) 도전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다. 엔트리가 확대되는 9월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는 최희섭(23·시카고 컵스)과 김선우(25·몬트리올 엑스포스), 서재응(26·뉴욕 메츠) 등 마이너리거들도 올해 빅리그 진입이 무산되기 때문에 파업소식은 달갑지 않은 뉴스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