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만세’.
현대 하이페리온은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4번이나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갔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무르는 등 고약할 정도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현대가 2002여름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데는 ‘아줌마 선수’들의 정신력이 크게 작용했다.
현대에는 전주원 박명애 권은정 정윤숙 등이 모두 기혼자. 여기에 외국인선수 샌포드도 공교롭게도 주부다. 엔트리 12명 중 아줌마가 무려 다섯명인 것.
철이 든 탓일까? 미혼시절 내로라하는 스타 출신인 이들 주부선수들은 최근들어 협력 플레이에 적극적이다.
욕심내고 슛을 쏠 만도 한데 자기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 길을 내주는데 더욱 주력했다.
연세대 의대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어은실 박사는 “기혼 여성들은 노련미를 바탕으로 운동을 즐기며 하기 때문에 성과가 오히려 더 좋다”고 말한다. “결혼으로 마음의 안정감을 갖게된 것도 큰 경기에 강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한다.
아시아 최고의 가드로 불리는 전주원도 체력적인 문제를 스스로 인정, 벤치로 돌아갈 때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여기엔 올해 새로 부임한 박종천 감독의 용병술도 적중했다.
박 감독은 “선수는 다 똑같은 선수다. 예외나 특별 대우란 있을 수 없다”며 과거 스타 중심의 팀 운영을 확 바꾸었고 모래알 같던 팀은 콘크리트처럼 굳어졌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