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복귀한 ‘정’에서 건달 역을 맡은 김석훈 [사진제공 SBS]
“정(情)을 소재로 한 초코파이 선전만 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정에 약해요. 이번 드라마는 제목만 봐도 느낌이 뭉클해 흔쾌히 결정했죠.”
탤런트 김석훈(30)이 2년만에 SBS드라마 ‘정’(28일 첫 방송)으로 TV에 복귀한다. 극 중 그의 역할은 운전수, 노름판 딜러 등 돈 되는 일은 뭐든지 하는, 그러나 노는 날이 더 많은 건달 철수 역이다.
“업자죠, 업자. 실,업,자. 늘 지적이고 점잖은 역할만 했는데 백수 역을 하니까 재미있어요. 사실 내 성격은 건달 쪽에 가까워요. 껄렁대는 면도 많고.”
2000년 초 종영한 경찰특공대를 끝으로 그는 TV를 떠나 그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무대로 돌아갔다. 그는 국립극단 출신. 2001년 9월 국립극단이 공연한 ‘햄릿’에서 그는 주인공을 맡아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헤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전 TV 스튜디오를 굉장히 싫어해요. 뭔가 답답하고 긴장돼요. 방송국에 오면 그래서 화장실도 더 자주가게 돼요. 연기생활을 무대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무대에 오면 고향같이 편해요.”
그는 드라마 출연 제의를 피해다녔으나 TV 데뷔작 ‘홍길동’에서 인연을 맺은 정세호 PD의 제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정 PD는 “나와 김석훈씨는 삼촌과 조카같은 사이”라고 말할만큼 둘은 ‘정’으로 뭉쳐 있다.
“국립극단 시절 ‘홍길동’ 주연을 캐스팅하기 위해 찾아온 정세호 PD를 단장 사무실에서 만났어요. 두어번 훑어보시더니 ‘됐다, 가봐라’ 그러시더라고요. 며칠 후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합격했죠.”
그는 사실 TV 탤런트를 원하지 않았다. ‘홍길동’도 그저 호기심에 도전했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연극에만 전념하려 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인기인이 된 뒤 “인생이 내 마음대로 가지 않더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그는 영화 ‘튜브’의 촬영을 마쳤고 새 영화 ‘귀여워’에도 나올 예정이다. “연극, 드라마, 영화 중 어느게 가장 매력적이냐”고 묻자 그는 정 PD 눈치를 보며 귓속말로 “영화”라고 말했다.
“인생관을 좀 바꿨어요. 연극하던 시절엔 70만원 밖에 안되는 월급에도 행복했는데 영화판에 오니 생각이 달라져요. 배우에 대한 대우도 좋고. 이제는 좋은 집에서 예쁜 색시와 넉넉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2년정도 ‘싱글’로 지냈다는 그는 “예전엔 풋풋한 대학생도 좋았는데 요즘은 멋진 커리어 우먼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스태프가 “남자가 서른 넘으면 다 저런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