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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편의점' 대기업 잇단 진출

입력 | 2002-08-18 18:59:00


최근 대기업들이 약국과 편의점이 결합된 형태의 선진국형 드러그스토어(Drug Store)업에 잇달아 진출해 기존 약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제일제당의 ‘올리버영’과 보광훼미리마트와 제휴한 ‘베데스다’. 최근엔 SK그룹의 대형 유통업체인 ‘OK마트’도 드러그스토어업 진출을 밝혔다.

제일제당의 올리버영은 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지점을 시작으로 최근엔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에 5호점을 냈으며 ‘베데스다’는 1일 경기도 평택에 제1호점을 연 데 이어 연말까지 10개 정도의 드러그스토어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외국형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것은 국내 약품 공급체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눠진 현재의 국내 약공급 체계가 앞으로 선진국처럼 처방약과 비처방약(OTC·슈퍼마켓에서도 판매가 가능한 약)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 비처방약품 및 건강용품 판매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아직은 약사법 등 관련 법규의 제한 등으로 과도기적인 영업형태를 띠고 있다. 제일제당의 체인망인 올리버영은 ‘약사가 약국을 개국할 수 있다’는 약사법 규정으로 약국 개설이 자유스럽지 못하자, 편의점 내 일정공간을 약사들에게 임대해줘 약국문을 열게 하고 있다. 반면 베데스다는 대형 약국 내에 일정 공간을 빌려 베데스다 매장을 개설, 훼미리마트로부터 공급받은 생활용품들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OK마트도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기존 대형 약국을 물색, 약국 내에 OK마트 코너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 의대 보건대학원 정우진(鄭宇鎭) 교수는 17일 “의약분업이 정착된 영국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OTC를 일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며 “또 약사가 아닌 사람도 약국를 열어 약사를 고용할 수 있는 법인약국 형태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대기업의 진출에 약국업계에서는 ‘법인약국’이 도입되는 초기 단계로 보며 긴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날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통업체인 W마트나 E마트 등으로부터 약국 개설과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는 등 외국 유통업계도 국내 약국 진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전국적인 유통망과 자본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규모가 작은 기존 약국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