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교통안전대책 추진 주체에 따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 증감 추세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교통안전 관련 부처들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힘있는’ 기관이 교통안전 문제를 주관할 때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만 부처별로 독자적인 대책을 추진하면 그 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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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대책 주체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났을까?〓91년 1만3429명에 이르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94년에는 1만87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그래프 A기간)에 총리실 주관으로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이 강력히 추진된 덕분이다.
반면 이 운동이 끝나자 95년부터(B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다시 늘어나 96년에는 1만2653명까지 증가했다. 97년 이후에는 외환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교통량 자체가 줄어들어 2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99년부터는 다시 늘어났다.
그러다가 2000년 9월 총리실에 안전관리개선기획단(한시 조직)이 설치된 이후(C기간)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사망자 수가 8097명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한 해에 2000∼3000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었다 늘었다 한 것이다.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부당국의 의지다. 총리실에서 건설교통부 경찰청 지방정부 등의 교통안전대책을 조목조목 점검하고 상벌(賞罰)까지 가하면 산하 기관들은 이 문제에 신경을 쓰기 마련. 과속이나 안전벨트 단속도 강화되고 교통시설물 개선에도 관심을 쏟게 되는 것이다.
▽도로는 ‘따로국밥’〓수도권 평촌신도시 내 동안구청 앞 도로. 길가에 있는 속도제한 표지판과 도로안내 표지판의 간격이 4∼5m에 불과하다. 도로안내표지판이 속도제한표지판에 가린다. 뒤늦게 우회전 표시를 보고 급정거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는 차량도 있다. 표지판이 엉터리로 세워진 이유는 속도제한 표지판(경찰청)과 도로안내 표지판(관할 지방자치단체) 설치기관이 다르기 때문.
현재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국도는 지방국토관리청, 지방도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 이 때문에 지방도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이 개입, 치밀한 검토 없이 시장이나 군수의 임기응변식 지시로 일부 구간만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사고요인이다.
▽해결책은 없나〓전문가들은 관계기관들의 입장을 조율해 통합적인 교통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범(李垂範)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은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도로, 항공, 해양 관련 기관을 총괄하는 상설 안전관리 조직을 두고 국가 차원에서 안전 및 재난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한국도 건교부 경찰 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는 교통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내남정(乃南正) 손해보험협회 전무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총리실 직속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이 2000년 9월부터 교통안전 관련 기관간 정책을 조율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매년 20% 정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 기획단의 상설화가 사고감소 방안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