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코미디 ‘피너츠 송’에서 카메론 디아즈(오른쪽)와 친구들이 식당에서 ‘피너츠 송’을 부르는 장면. 미국판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됐다.사진제공 무비&아이
‘피너츠 송’은 할리우드에서 섹스 코미디 붐을 일으켰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년)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카메론 디아즈가 4년만에 섹스 코미디로 돌아온 영화다. 당연히 이 영화는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에 90% 이상 기대고 있다.
정액을 젤인 줄 알고 머리에 발랐던 순진한 메리에 비하면 ‘피너츠 송’의 주인공 크리스티나는 항상 ‘작업중’인 ‘선수’에 가깝다.
금발의 ‘쭉쭉빵빵’ 미녀인 크리스티나는 남자들과의 만남을 ‘게임’으로 생각하고 남성을 1회용품 정도로만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티나는 나이트클럽에서 피터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
이 영화는 크리스티나와 두 여자 친구들이 노골적인 춤과 함께 부르는 ‘피너츠 송’ 등 섹스 유머가 가득하지만 의도만큼 웃기지는 않는다. 성기가 뭔가에 끼어 응급 구조대에 실려가게 되는 상황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나 ‘아메리칸 파이2’에서 익숙한 유머다. 남자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온갖 화장실 유머도 유치하다. 로저 컴블 감독이 웃음을 겨냥하고 만든 이들 장면은 별로 폭소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크리스티나와 단짝 친구 인 커트니와 제인간의 말장난이나 우스꽝스런 행동이 더 웃음을 자아낸다.
성적인 농담과 화장실 유머에 로맨틱한 사랑을 곁들인 컨셉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연장 선상에 있다. 하지만 ‘피너츠 송’은,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는 과연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는 사실만 새삼 일깨워준다. 카메론 디아즈의 이름과 매력이 아깝게 느껴지는 영화. 원제 ‘The Sweetest Thing’. 18세 이상. 23일 개봉.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