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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장총리서리 "행정경험 없어 부처 조율능력 의문"

입력 | 2002-08-19 18:42:00

장대환 국무총리서리(왼쪽)가 신임 김각영 법무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연합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는 언론계 안팎에서 능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1988년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맡은 이후 10여년 만에 매경뿐만 아니라 방송, 잡지, 출판, 온라인 뉴스 등을 갖춘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총리서리 지명 직후 “비전 있는 최고경영인(CEO)이자 국제 감각과 역동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경영능력, 개혁성,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장 총리서리가 행정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 장 총리서리가 신문사를 경영하며 보여줬던 ‘공격적인’ 경영방식도 각 행정부처를 총괄 조정해야 하는 국정관리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매경 입사 및 경영실적〓장 총리서리는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매일경제에서 했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 역량을 유추하기 위해서는 매경에서의 활동 내용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장 총리서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 강사 생활을 하다가 86년 장인이 설립해 운영하던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이사, 상무, 전무 등 고속승진을 거쳐 입사 2년 만인 88년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CEO가 된 장 총리서리는 ‘매경PC저널’(89년), 생활문화정보지 ‘Citylife’(90년) 등 자매지를 잇달아 창간했다. 또 매경의 종합 미디어그룹화를 위해 93년에 케이블TV 채널인 매일경제TV(MBN), 99년에 매경인터넷을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역기능〓장 총리서리는 매경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간부회의나 신년사를 통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했다. ‘적자를 내는 기업은 기업이 아니다’며 모든 사원이 회사의 수익구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장 총리서리의 경영적 지향과 관련, 참여연대는 19일 공개 질의서를 통해 “장 총리서리가 모든 사원이 회사의 수익구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기자 본연의 의무를 소홀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에게 지나치게 ‘수익’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의 공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말 검찰의 ‘패스21’사건 수사 때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주식을 받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언론인 중 매경 기자와 간부가 가장 많이 연루됐던 사실도 이 같은 경영방침에서 파생된 부작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국정 수행능력〓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장 총리서리가 과연 각 부처간 업무조정과 팀워크 극대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50세인 장 총리서리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관료사회의 특성상 평균연령 59.1세인 국무위원들을 장악하기 쉽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장 총리서리에 대해 매경 사장 시절 현 정권과 유착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통령선거을 중립적으로 관리할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노사관▼

장대환 총리서리 임명 직후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장 총리서리 임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 총리서리가 매경 사장 시절, ‘반 노동 친 경영’ 마인드를 갖고 주로 사용자편을 들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 총리서리의 경제관과 노사관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문.

장 총리서리는 재계 2세 모임인 경영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기업인들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매경이 1면에 재벌 총수의 구속 사진을 싣지 않는 편집방침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장 총리서리의 ‘친 사용자’ 시각과 관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목. 그러나 매경측은 “장 총리서리가 편집권을 간섭한 일이 없으며 기업인 구속 사진을 잘 쓰지 않는 것은 혐의가 확정되기 이전에는 신중하게 보도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장 총리서리가 매경 사장 시절 사내 노사관계를 지나치게 사용자 중심으로 이끌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경의 한 직원은 “올해 초 매경TV 사원들이 회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방침에 맞서 노조를 결성하려고 하자 회사측에서 일부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결성을 방해한 적도 있다”며 “매경과 매경TV를 제외하고 장 총리서리가 대표이사로 있는 다른 회사들에는 노조가 없다”고 말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DJ정부와의 관계▼

장대환(張大煥) 총리서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97년 대통령선거 당선 직후에 구성한 비상경제대책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99년에는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언론사 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부의 주요 기구 멤버로 참여한 것과 관련해 현 정권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또 장 총리서리가 매경 사장 시절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비전코리아’ 사업 등을 통해 현 정부의 국가경영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지식기반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비전코리아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경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언론인은 “김 대통령이 99년 제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두뇌강국 보고와 신지식인 보고를 듣고 ‘보고서를 꼭 청와대로 보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개그맨 심형래씨 등을 ‘신지식인’으로 선정한 것도 매경의 비전코리아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장 총리서리 임명 후 한나라당측과 언론계에서 계속 제기된 의혹 중 하나가 현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와 ‘자금 지원’ 혜택의 연관성. 한국언론재단 김종찬 연구위원은 지난해 펴낸 저서 ‘신문 전쟁’에서 “‘지식기반경제’를 들고 나와 국가경영컨설턴트를 떠맡은 매경은 약 120억원대의 장기 저리(연 4%)의 특혜 융자를 받아 신사옥 건설 등에 이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매경이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다”면서 “청문회 때 이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총리서리측은 “경제신문 특성상 정치권과는 별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매경이 현 정권 출범 이후 급성장한 것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경영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시각과 함께 정권과의 우호적 관계가 힘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경은 정권교체 첫해인 98년 858억5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99년(1283억5400만원), 2000년(1741억7600만원) 잇따라 연평균 43% 성장했다. 같은 기간 다른 경제신문들의 매출기준 평균 성장률은 27%였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