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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北보트피플]나포된 中어선 北서 보수한 듯

입력 | 2002-08-19 18:42:00


북한 탈북자들이 타고 온 목선이 중국에서 건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배의 국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탈북 가족들이 이 배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 해경은 “북한 당국이 북한 해상에서 불법 어로 중인 중국 어선을 나포해 몇 가지 시설 수리를 거친 뒤 북한 어선으로 활용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보였다.

위성항법장치(모델명 GPS-128·사진)에서 무전기 나침반 어군탐지기에 이르기까지 이 배에 탑재된 장비 대부분은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성항법장치를 켜면 나타나는 위도 경도 등 초기 화면의 각종 표시도 모두 중국식 한자로 돼 있다.

탈북자 21명이 타고 귀순해온 북한어선은 중국에서 건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 인천연합

해경 관계자는 “북한 어선들이 이런 현대식 장비를 갖춘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초기 화면의 운영 시스템이 중국식으로 돼 있다는 사실은 얼마 전까지도 중국에서 사용돼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부족한 어선난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 해상에서 불법어로 중인 외국의 소형 어선들을 나포해 개량한 뒤 사용해오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목선 내부에서는 탈북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목선 갑판 쪽에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그물이 있었으며 뱃머리인 선두에는 아직 채 여물지 않은 옥수수 서너 개가 널려 있었다.

조타실에서는 선장과 기관장이 피웠던 것으로 보이는 북한산 ‘풍년새’ 담뱃갑이 있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옷가지를 담은 가방 중에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가방이 있어 이들이 살고 있던 곳이 중국과 교류가 잦은 등 개방화되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 밖에 어린이들이 먹다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눈알사탕이 10개 단위로 비닐포장되어 있었으며 참깨 고춧가루, 북한산 조미료인 미정(味精) 두 봉지도 발견됐다.

조타실에 있는 흑백TV는 중국의 ‘jinlipu’란 상표가 부착되어 있었으며 브라운관 옆에는 송출방식을 표시하는 ‘PAL’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위성항법장치와 무전기 등 각종 장비를 봐서는 중국에서도 상당히 좋은 어선에 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