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야영장에서 말을 타고 있는 김명기대장(가운데)과 최현섭(왼쪽) 김정운 대원. 내년 국토종주를 대비해 승마훈련을 하고 있다.
말타고 국토를 횡단한다. 10박11일 동안 말을 타고 서울에서 목포를 거쳐 제주까지 달린 김명기씨(41). 김씨는 7월14일 오전 4시 경기도 고양시를 출발해 서울시내를 관통한 다음 24일 제주도에 도착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대원인 김씨는 같은 스카우트대원 8명과 의기투합해 말 3필을 타고 국토를 종주했다. 말은 3명씩 번갈아 가며 탔다. 나머지는 식량과 텐트를 실은 트럭을 타고 뒤따랐다.
하루에 약 60km씩 국도를 달렸다. 주로 새벽이나 저녁에 달렸다. 말은 일사병에 약하기 때문이다. 오전 4시 경 출발해 2시간 정도 달린 뒤 오후 5시부터 8시 사이에 다시 뛰었다. 시속 약 15km 정도의 속도. 낮 동안에는 주로 쉬거나 주변 관광지를 둘러 보았다. 때로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말을 태워주며 승마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매번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이 때 말들은 풀이 있는 곳에 간이 울타리를 쳐 주었다. 말들은 깨끗하고 풀이 있는 곳에서는 좋아하며 누워서 버둥거리기도 했으나 좀 지저분한 곳에서는 눕지 않고 서서 자는 등 잠자리를 가렸다. 아스팔트라서 예상보다 편자가 빨리 닳았다. 145km 정도 달릴 때마다 갈아주어야했다. 언덕에서는 달리고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줄여야했다. 가는 도중 장마비를 만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으나 아무 부상없이 제주도에 도착했다. 첫 번 국토종주를 무사히 마친 이들은 앞으로 매년 한 차례씩 국토를 종주할 계획이다.
이번 국토종주 때 기마대원들이 국도를 지나는 모습.
“청소년들은 말을 보면 좋아합니다. 승마를 시작하면 매우 몰두할 겁니다. 그런데 승마클럽 연회비가 몇 백만원하는 경우도 있고 월회비로 몇십만원씩 내기도 합습니다. 승마를 좀 더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이같은 취지로 아예 ‘기마대’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한국스카우트 북부연맹 기마스카우트 555단’이다. 서울 및 경기북부에서 활동하는 스카우트대원들이 주축이다. 경주용말들이었으나 고령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말 5마리를 2000만원에 구입해 올해 4월 기마대를 창설했다. 김씨가 대장을 맡았다. 말들은 경주용으로만 길들여져 있어서 적응훈련이 필요했다. 트럭을 보면 놀라서 날 뛰거나 밭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국토 종주를 앞두고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야영장에서 훈련을 했다. 이 곳에서 약 50km거리에 있는 팔당댐을 오가며 600km가까운 훈련을 마쳤다.
“생활승마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까운 거리는 말타고 다니자는 거지요. 저는 이 곳에서 6km정도 거리인 곤지암까지는 평소에도 말타고 다닙니다.말이 자전거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기마민족의 후예 아닙니까. 승마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김씨는 매년 국토종주를 하면서 학자들의 고증을 바탕으로 우리의 옛 ‘말 길’을 되짚어 보려는 계획도 있다. 앞으로 △서울-부산-제주도 △서울-강릉-울진 △서울-블라디보스톡 등의 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북한 종주를 목표로한 △서울-신의주 코스 종주에 신경을 쓰고있다. 승마보급을 위해 기마대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게 승마강습도 한다. 한 달 4회 강습에 15만원. 이들중에서 국토종주단원을 뽑을 생각이다. 031-764-1634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