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서 살아보니]쓰보다 가오루/부부사이와 닮은 韓日사이

입력 | 2002-08-20 18:14:00


한일관계는 부부 사이와 닮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제3자가 보면 비슷한 사람끼리 하찮은 일로 싸우는 꼴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부부는 아무리 싸움을 하더라도 다른 방에서 잠을 자지 말라고 한다. 싸우고 나서 아무리 싫어도 부부간에는 대화가 필요하며 또 각 방을 씀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떨어져 사는 부부생활로 인해 곤경을 겪었던 필자로서는 개인적 경험이 한일관계와 오버랩된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향해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일관계밖에 몰랐던 필자에게 교과서문제는 최초의 장애물이었다. 한국 근무를 시작한 이후 조금씩 일본의 우경화 보도가 흘러나와도 “괜찮아, 이 문제는 커지지 않을 거야”라고 주위에 말했고 필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결국 예의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 일본의 모습이 처음에는 한국을 마음에 들어하다 나중에는 “한국이 싫다”고 등을 돌리던 남편의 태도와 겹쳤으며 일본의 우경화를 염려하는 한국과 필자가 우경화로 향하는 일본과 남편을 바싹 다그치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부부문제는 실로 당사자밖에 알 수 없는데도 주위 사람들이 끼어들어 이러니저러니 참견하다가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 교과서문제도 그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서로를 알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또 그 밑바탕에는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교과서문제를 통해 느낀 점은 보통 한국인들의 대응이 매우 냉정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도 보다 성실한 대응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곧 한국에서 필자의 임기도 끝난다. 월드컵을 무사히 마칠 때까지는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견뎌내자고 다짐했지만 경기 자체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마 했던 것이 현실화되어 한국대표팀이 쾌속 진격을 하면서 행여 요코하마의 결승전까지 간다면 남편도 일본도 한국을, 한국인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기대 속에 혼자 TV를 보며 남몰래 응원했다. 한국인이 싫다던 남편에게 한국인의 굉장한 면을 되돌아보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파워풀한 한국의 모습에 압도되어 부러워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한 것은 일종의 억지였을까.

한일이 원만한 가정이 되도록 ‘자식’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한일 국민교류의 해’인 올해, 문화 및 청소년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제면에서도 투자협정이 체결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런 한일간의 자식을 소중히 키워 가고 싶다.

▽쓰보다 가오루는 누구?▽

1973년 일본 후쿠이(福井) 현에서 태어나 도쿄의 오차노미야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외무성에 들어간 그는 97년 내한해 한국어 연수를 받았으며 99년 7월부터 서울의 일본 공보문화원에 근무하면서 홍보와 문화업무를 맡아 왔다.

쓰보다 가오루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3등서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