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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풍운의 검객 구·교·동 눈물젖은 銅

입력 | 2002-08-21 17:37:00

구교동이 시상식에서 아쉬운 표정으로 다른 입상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리스본AFP연합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긴 세월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그야말로 불운의 연속이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큰 무대에서는 후보 신세로 아예 출전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거듭되는 좌절 속에서 은퇴까지 떠올렸던 구교동(30·울산시청). 그가 이 어두운 기억들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2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02세계펜싱선수권대회 남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 세계 랭킹 240위 구교동은 세계 28위 파벨 코로브코프(러시아)에게 12-15로 아깝게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구교동은 유럽의 아성이었던 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첫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펜싱은 여자 에페 현희(경기도체육회)의 금메달에 이어 또 다른 경사를 맞으며 다음달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전망을 밝게 했다.

61개국 169명이 출전한 예선리그를 6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한 구교동은 64강전에서 마레크 페트라스제크(폴란드)를 14-13으로 힘겹게 제쳐 첫 고비를 넘겼다. 32강전은 피 말리는 ‘집안 싸움’이었다. 팀 동료 이상엽(부산시체육회)과 맞붙어 접전 끝에 15-14로 이긴 것. 2판 내리 1점차 승리를 장식한 구교동은 상승세를 몰아 16강전과 8강전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우승은 4강전에서 구교동을 꺾은 코로브코프가 차지했다.

초등학교 때 핸드볼 선수였던 구교동은 진주 봉원중 1학년 때 처음 칼을 잡기 시작해 진주기계공고와 한국체대를 졸업했다. 91년 3월 처음 대표팀에 뽑힌 뒤 10년 넘게 태릉선수촌 생활을 하고 있지만 9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을 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특히 큰 대회와는 인연이 멀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