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중국 지도부의 권력 교체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9월로 예정됐던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전대)를 11월로 연기까지 했지만 아직 누가 물러나고 누가 실권을 잡을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1일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과 그 불확실성은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퇴진이 결정됐던 공산당 제15기 전국대표대회(15전대)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도하고 한마디로 “오리무중 상황”이라고 전했다. 1997년 개최된 15전대 때는 당 서열 3위였던 차오스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축출돼 ‘장쩌민(江澤民)-리펑(李鵬) 연합세력의 쿠데타’라는 얘기도 흘러 나왔었다.》
▽결론 없이 끝난 베이다이허 회의〓중국 지도부는 이달 초 여름철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중앙 공작회의를 열었다. 관행대로라면 여기서 권력이양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됐어야 했다. 그래야 가을 16전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장 주석은 이양할 직책은 물론 이양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장 주석의 이 같은 태도는 그가 △국가주석 △당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 모두 물러날 것인지(전퇴·全退), 아니면 이중 일부만 물러날 것인지(반퇴·半退)를 빠른 시일 안에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도부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장 주석이 의전상의 자리인 국가주석직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에게 넘겨준다’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 측근들은 후진타오 부주석이 아직 경륜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장 주석이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세가지 시나리오〓11월 16전대를 앞두고 그려볼 수 있는 권력교체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지에 따르는 방안이다. 덩은 생전에 장 주석을 제3세대 지도부, 후진타오 부주석을 제4세대 지도부로 지명했다. 특히 장 주석에게는 연임이나 10년이상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따라서 이번 16전대에서 장 주석이 국가주석직과 당총서기직은 물론 군사위 주석직까지 모두 내놓는 것이다.
이 경우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리펑 위원장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리루이환(李瑞環)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까지 함께 물러나게 돼 명실상부한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그러나 장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을 내놓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장 주석이 군사위 주석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경쟁자인 리펑 위원장도 물러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두 번째는 장 주석과 리펑 위원장이 함께 유임하는 경우다. 두 사람이 차오스 축출 때 공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힘을 합쳐 후 권력이양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이 경우 장 주석은 당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고, 리펑 위원장은 국가주석직에 오르게 된다. 비실세인 주룽지 총리와 리루이환 정협주석 등은 물러난다.
마지막은 ‘장 주석 유임, 리펑 위원장 퇴진’이다. 장 주석이 각 세력을 규합하는데 성공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견제세력이었던 리펑 위원장을 퇴진시키고 과거 덩샤오핑처럼 ‘1인 천하’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후 부주석에게 주석직이나 당총서기직 등을 모두 넘겨준다고 해도 실권은 여전히 장 주석이 갖게 된다. 관측통들은 16전대에서 이 같은 장 주석의 ‘친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권력서열서열이름(나이)직책1위장쩌민(76)국가주석당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2위리펑(73)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3위주룽지(73)국무원 총리4위리루이환(68)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5위후진타오(60)국가부주석 중앙군사위 부주석6위웨이젠싱(71)당기율검사위원회 서기7위리란칭(70)국무원 부총리
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