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서해교전 전사자 영결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는 조천영 중사의 부인 강정순씨 - 동아일보 자료사진
‘남편 먼저 보내 울고, 보상금 사기 당해 울고….’
6월 말 서해교전으로 순국한 조천형(趙天衡) 상사의 아내 강정순씨(29)가 보상금 가운데 일부를 사기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오후 10시경 대전의 부모님 집에 있는 강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국방부 박 대령입니다. 상심이 크실 텐데 기쁜 소식 한 가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유족의 어려움을 감안해 31평형 아파트 한 채씩을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취득세와 등록세 500여만원은 유족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박 대령이라는 사람은 강씨가 받게 될 아파트 주소와 동 호수까지 정확히 알려준 뒤 자신의 부하 통장이라며 돈을 부칠 이모씨의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강씨는 눈앞이 환해졌다. 정부의 공식보상금이 수천만원에 불과해 “100일 된 딸을 잘 키워 먼저 간 남편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던 약속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 같았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는 부랴부랴 보상금 가운데 535만원을 찾아 ‘박 대령’이 말한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 점차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직접 국방부로 확인해 보니 “금시초문”이라는 답변이었다. 강씨는 털썩 주저앉았다.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씨는 “그 이야기는 정말 두 번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충격 때문인지 22일 대전대에서 열리는 ‘조천형 상사 명예졸업장 수여식’에도 당초 약속과는 달리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전대는 95년 이 학교 사회체육학과에 수석 입학했다가 가정형편 때문에 1학기만 마치고 군에 입대한 뒤 복학하지 않은 조 상사에게 이날 졸업장을 수여키로 했다.
경찰관계자는 “치밀한 사기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범인의 행방을 쫓고 있다”며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젊은 나이에 삶을 접은 군인의 유족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파렴치한 범죄임을 감안해 조속한 시일 내에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