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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포커스]연예계비리 서세원씨 부인 서정희 씨 ˝매일 불면의 밤…”

입력 | 2002-08-22 16:08:00

서정희씨는 남편 서세원씨의 잠적 이후 가정 꾸리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 대상인 개그맨 서세원씨(48)는 22일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다. 서씨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홍보비 명목으로 주요 방송사 간부들에게 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가족에게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온 곳은 중국 베이징의 한인교회.

서울 강남구 청담동 J아파트에 사는 아내 서정희씨(42)는 “남편은 미국 유학 중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딸 동주(18·웰슬리대 1년), 아들 동천(17·세인트폴고교 3년)에게 사나흘에 한번씩 안부전화를 해 온다”고 말한다.

서정희씨는 남편의 전화에 “대중이 더 이상 당신을 원하지 않으니 제발 연예인 생활을 그만하라”고 말한다. KBS 2TV ‘서세원쇼’는 이미 폐지됐다. 서씨는 유명 개그맨의 아내이자 그 자신 CF스타였다.

6일 기자와 처음 만난 이후 몇 차례 전화통화에서 서씨는 남편이 도피 중이라는 사실보다 가족을 옥죄어 오는 말들이 더 무섭다고 했다. 수시로 걸려오는 욕설전화, 인터넷 게시판에 오르는 험담 등은 남편의 ‘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입에 담기 무색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서세원씨의 ‘범죄여부’는 사법부가 가릴 일이지만 이와 다른 차원에서 수사대상인 ‘유명인 가장’이 해외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이 겪고 있는 현실을 짚어본다.》

˝서정희, 너 도둑×이지? 비행기에서 뭐 훔쳤다가 걸렸다며.”

“동주가 니 딸이 아니라며? 그래서 PD들한테 몸 팔게….”

‘ 서정희가 남편 원조교제 합의금 막아주느라 수 억원을 썼다고 합니다.’

‘서세원이랑 ***랑 동거한 거 아시죠?’

일상적인 장난전화도 끊임없지만 3년 전쯤부터는 ‘네티즌’들이 방송사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남편 서씨를 욕하거나 가정사에 대해 근거없는 이야기들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서세원쇼’의 내용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르면서 욕설과 비난의 수위도 높아졌다. 아이들은 “유명세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어머니를 위로하지만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엄마와 함께 사우나탕에 간 동주는 아줌마들의 ‘들릴 듯 말 듯한’ 입방아에 얼굴이 벌개진 적이 있다고 한다.

“방학 때 오면 눈 코 입에서 가슴까지 서정희가 싹 고쳐준대요.”

“‘세인트폴’에 다닌다며? 전교생 교복을 맞춰주고 겨우 들어간 거래.”

“교복이 아니라 기부금을 내고, 도서관을 지어줬다는데? 국세청 조사관이 서세원네 집에 와서 산대.”

“얼굴 뜯어고친 거 봐, 어머 저렇게 어린애가….”

서세원씨가 쇼에서 김남일 선수의 아버지를 희화화한 이후 전화 공세는 더 심해졌다고 한다. 앳된 목소리의 여중고생 같은 데 조폭 스타일의 험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씨 가족은 12년째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있다.

“너 서정희 맞지? 죽을래 살래? 남일이 오빠가 니 서방 같은 놈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야 되느냐?” 이런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한편 ‘네티즌’들은 그럴듯한 출처까지 거론하며 정교해진 글을 올리고 있다. ‘서세원과 원조교제를 한 고등학생의 친구’, ‘서세원에게 휘둘린 S(여자 연예인)의 친동생’, ‘싸가지 없는 서세원과 싸운 PD의 아내’….

기승전결도 탄탄해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글들도 많다는 것이 서씨의 시각이다.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몇 명을 붙잡기도 했다. 붙잡힌 사람들 중에는 “잘 사는 게 얄미워서 지어낸 글을 유포했다”고 말한 잡지사 직원, 끝까지 “그게 뭐 죄가 되느냐”고 반문한 여중생, 발신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컴퓨터 IP를 미국의 어느 지점으로 위장해 수사를 교란했던 여고생도 있었다고 서씨는 전했다.

가족은 서세원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전부 진실이 아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의혹’은 어느덧 ‘기정사실’이 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주로 주부 시청자 대상인 아침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들에게서 ‘많이 편집하지 않고 해명할 기회를 충분히 드리겠으니 꼭 나와 달라’는 전화가 옵니다.”

서정희씨는 “언젠가부터 교회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자녀의 친구 엄마들 모임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뜸하다.

“처신을 잘못 했는지 모임 뒤에는 예외없이 그날의 제 언행이 조금씩 뒤틀려 입방아에 오르더군요. 그래서 거의 안 나가요.”

서씨는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있는 미국에 가도 선생님을 만나서 얘기하고 부탁할 재간이 없다”면서 “그저 아이들이 유학생활을 잘 마무리 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정희씨는 ‘가계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남편이 제작한 영화 ‘조폭마누라’의 흥행성공과는 상관없이 “최근에는 회당 300만원인 ‘서세원쇼’의 출연료로 생활비를 충당했다”는 것이다.

“세금을 제하면 월 1000만원 정도입니다. 제 CF 모델료와 책의 인세도 생활비로 쓰입니다. 월소득의 3분의 1은 교회에 기부해 왔습니다. 남편의 의상비 등으로 매달 몇백만원이 지출되고, 유학간 아이들의 학비 생활비로 또 몇백만원이 들었어요.”

지금은 방학이라 동주는 피아노와 일본어를 배우고 건축설계학원에 다니는데 40만원, 동천이는 대치동에서 SAT(미 대입수능시험)학원에 다니느라 30만원 정도가 들어 아이들 교육비가 줄었다고 한다.

“가사 외의 돈 관리는 남편이 하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영화 ‘조폭마누라’의 성공으로 남편이 그간의 빚을 다 갚고 약간의 여윳돈을 남겼을 겁니다. 새 영화 ‘긴급조치’의 흥행실패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경제적 부담이 되겠지요.”

서세원씨의 동료 개그맨 K씨는 서정희씨에게 “집을 잘 꾸민다고 책을 내고, 애들 유학 보내서 잘 키운다고 소문나고, 40대 여성이 피부관리도 잘 해서 망가지지도 않았으니 사람들이 질투할 만하다”며 “그저 조용히 사는 게 상책”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서씨는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없이 4남매가 쪽방에 살았다”면서 “저의 불우한 경험에 비춰 우리 가족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말했다.

“함께 교회에 가는 시간을 뺀 다른 시간에 남편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는 잘 몰라요. 얼마나 많은 돈을 홍보비로 뿌렸는지, 얼마나 법을 어겼는지 잘 모르지만, 남편이 귀국해서 빨리 진실이 가려지고 가족에게 돌아오기 바랄 뿐입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