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베니스 영화제의 ‘레드 카펫’ 위에서 10분간 플레쉬 세례를 받았던 톰 크루즈-니콜 키드먼 부부. 올 영화제부터 이 레드 카펫을 볼 수 없다.
올해부터 베니스 영화제에서 ‘레드 카펫’이 사라진다.
베니스 영화제측은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60m 길이의 ‘레드 카펫’을 없애기로 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영화제 대변인인 발레리아 델라차리는 “앞으로 배우들은 극장 앞까지 차를 타고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스 영화제측이 ‘레드 카펫’을 없애기로 결정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와 감독의 자존심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레드 카펫’위를 한번 걸어보는 것이 수많은 영화 배우와 감독의 꿈.
그러나 막상 레드 카펫을 밟으면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나 배우들은 곤혹스럽다.
유명 배우나 감독의 경우 발걸음을 옮기지 못할 정도로 사인을 요구하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고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는다.
4년전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베니스 영화제를 함께 찾았던 ‘슈퍼 커플’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부부는 무려 10분간이나 ‘레드 카펫’위에 서서 사인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반면 무명인 감독이나 배우에게는 ‘레드 카펫’을 걸어가는 몇 초가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썰렁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레드 카펫’을 없애는 진짜 이유가 자동차 업체들이 영화제측에 제공하는 차량의 홍보 효과를 위해서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배우나 감독이 극장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오게 만들려는 속셈이라는 것.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