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유해성 적조가 예년에 비해 20일 정도 빠른 2일 전남 고흥군 봇돌바다와 여수시 돌산도 동쪽 해안에서 처음 발생했다. 21일 현재 여수 연안과 경남 남해 및 통영 연안의 양식장에서 돔 농어 방어 우럭 등 160만마리가 폐사해 약 13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는 올 여름 잦은 태풍과 해상 폭풍으로 표층의 따뜻한 물이 저층의 물과 잘 혼합돼 저층의 수온이 다른 해보다 다소 높았기 때문이며 특히 7월 말 일사량이 증가해 조기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금년에는 유해성 적조발생 기간 중 연안지역의 기습적인 폭우로 영양물질이 풍부한 육지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대량 유입됨으로써 적조의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엄청난 양의 담수(淡水)의 유입으로 내만(內灣) 해역에는 고염분에서 성장이 잘 되는 유해성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보다는 저염분에서도 성장이 잘 되는 무해성 적조 생물로 바뀌고 있다.
유해성 적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남해안에는 어류양식 단지가 많다. 이들 양식장에서는 국내산 양식 어류가 가격이 싼 중국산에 밀려 출하되지 못하고 재고가 많다. 또한 경영압박으로 사료도 제대로 주지 않아 고기들이 허약한 상태여서 어병(魚病)이 발생하기 쉽다. 여기에 유해성 적조가 발생해 장기간 지속되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그리고 적조 발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주로 양식장이 밀집된 지역에 집중되기 때문에 적조는 오늘날 우리나라 바다 양식산업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적조 구제방법은 황토를 살포하는 것이다. 황토는 우리나라의 야산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연물질이면서도 구제효율이 높고 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도 황토를 살포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황토를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유해성 적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어업인들은 적조 경보기, 액화산소, 황토, 저층수 펌프장치 등 적조 방제장비를 확보하고 양식어류의 수용량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며 어병을 적기에 치료함으로써 어류의 활력을 증강시켜야 한다. 또 가능하면 생사료의 공급량을 줄이고 어장 바닥의 퇴적유기물을 청소해야 한다.
적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끗한 연안환경을 보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하수 및 산업폐기물을 줄여 바다오염의 약 80%를 차지하는 육상 오염물질의 유입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적조 상습 발생 해역의 해저 퇴적물을 제거함으로써 연안해역의 부영양화를 막는 등 적조 요인을 사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르는 어업도 환경용량 한도 내에서의 양식산업 육성, 연작 어장의 휴식년제 도입 등 친환경적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추진되어야 매년 연안해역에서 되풀이되는 적조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삼근 부산국립수산과학원 유해생물과장